[시승기] 단박에 치고 올라가는 시속 100km…폴크스바겐 시로코 R라인

입력 2012-02-28 08:31:31

현대차 포니와 빼닮은 외관, 스포츠형 쿠페 치고는 조용

'아프리카 사막지대에서 지중해로 부는 뜨거운 바람'이 봄을 앞둔 한반도에 상륙했다. 미풍에 그칠지 강풍으로 몰아칠지 확인해야 했다. 관심은 높아 보였다. 국내 판매를 담당한 이들은 "주력모델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시승을 원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물론 시승이 곧 구입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시승객 반응은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지만 차의 성능, 디자인은 확실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얼마나 좋은 차이기에 38년간 80만 대 이상 팔렸는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로코는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1974년 출시된 시로코는 현대차 포니와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40년 전 그 모델과 전혀 다른 지금의 '시로코 R라인'은 폴크스바겐의 패밀리룩이 나타나지만 말이다.

24일 시승에 나섰다. 시승 구간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와 대구스타디움 주변으로 삼았다. 본격적 시승 전에 눈에 띄는 것은 외형.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디자인이었다. 2012년 봄을 앞둔 국내에 얼굴을 내민 '시로코 R라인'은 '사막의 바람'이라는 어원처럼 인상적인 디자인을 뽐냈다. 특히 뒤범퍼는 튼실한 하체를 자랑하는 씨름선수가 똬리 틀고 앉은 듯 안정된 디자인이었다. 곡선을 살린 옆라인도 독특했다. '빨라 보이는 놈인데 뒤태는 안정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스마트키 사용 방식이 아니라는 게 좌석에 앉기까지 아쉬운 부분이었다. 자동차 키를 돌려 시동을 걸어야 했고 파킹브레이크도 직접 팔로 당겨야 했다. 그러나 4천200만원대의 가격이 왜 책정됐는지는 주행 단계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시동을 걸자 중저음의 배기음이 나왔다. 조금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포츠형 쿠페라는 인식을 다시 하고서야 조금씩 적응이 됐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다. '시로코 R라인'은 경유로 달리는 차였다. '디젤엔진에 음소거 기능을 단 것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게 느껴진 건 그때부터였다.

대구스타디움에 닿기까지 시내주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가속페달을 심하게 밟진 않았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변속에 단박에 치고 올라가는 속도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빨리 시속 100㎞에 다다랐나 싶을 정도로 제로백도 좋아보였다.

특히 폴크스바겐 고유의 DSG 변속기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했다. 빠르고 정확한 변속으로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쏠림 없는 코너링도 훌륭했다. 제동력도 좋아 마니아들의 만족감을 높여줄 만한 '물건'처럼 보였다.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은 폴크스바겐 골프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골프시리즈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가죽 소재의 운전대. 둥근 부채꼴 모양으로 어떻게 잡든 안전했다. 손이 미끄러져 운전대를 놓치는 실수를 보완해주는 디자인으로 보였다. 옆구리 부분을 감싸주는 돌출형 버킷시트는 시종일관 운전자의 몸을 감싸 안전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2도어 쿠페의 단점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4인승이라고는 하지만 여유 공간이 충분치 않아 키 180㎝ 정도의 성인 남성 4명이 타고 장거리를 움직이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상대적으로 작은 룸미러도 조금 아쉬웠다.

시로코 R라인은 차세대 직분사 디젤 2.0 T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DSG)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m, 공인연비 15.4㎞/ℓ를 자랑한다. 가격은 4천220만원이다. 문의 폴크스바겐 대구전시장 지엔비오토모빌 053)767-1900.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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