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어린이집 시내 570여곳 집단 휴업 예고

입력 2012-02-27 10:33:44

맞벌이 가정 "우리애 어떡해…"

전국 민간어린이집들이 집단 휴원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27일 오전 대구 서구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등하원 차량을 운행하지 않자 어린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등원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국 민간어린이집들이 집단 휴원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27일 오전 대구 서구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등하원 차량을 운행하지 않자 어린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등원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7일 오전 8시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한 어린이집. 30대 초반의 엄마 한 명이 아이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노란색 어린이집 차량 대신 학부모 차를 타고 오는 아이들도 여럿 보였다.

직장인 김모(34'여) 씨는 "오늘은 회사에 늦을 각오를 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러 왔다.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회사에 늦을 수도 없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29일에는 어린이집이 휴원한다고 하는데 마음이 불안해서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풍경은 전국 민간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가 지난주 전국의 민간어린이집이 지역에 따라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집단 휴업을 실시하기로 공언한 데 따른 것.

총연합회가 정부에 보육료 인상과 특별활동비 규제 완화,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도별로 하루씩 휴원하고 27일부터 일주일간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 운행을 중단키로 해 학부모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대구의 경우 700여 곳의 어린이집 가운데 570여 곳이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특히 29일엔 아예 문을 닫기로 결정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구보육시설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학부모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면서 민간어린이집 운영에 지나친 규제를 하고 있다. 특별활동 운영 업체를 선정할 때도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하고 심지어 아동의 가방, 옷까지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이 아이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이달 24일부터 어린이집 단체 휴업에 반대하는 집단 서명까지 진행 중이다. 2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324명이 지지서명에 참여했다. 청원글을 올린 네티즌은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월급이나 여러 가지 일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휴원이라는 방법을 쓰는 것은 잘못됐다. 엄마와 아이들에 대한 도리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구시는 27일 오전 등하원 차량 운행 중단과 휴원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들이 집단 휴업을 실행하면 강경 대응할 예정이다. 어린이집이 1주일간 휴원하면 '주 6일 평일 12시간 운영 원칙'을 어기는 것이므로 2개월 영업정지 등의 처벌이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휴원을 강행하면 1차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 뒤에도 지속하면 영업정지와 보조금 환수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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