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영업자들의 몰락…"식사 시간에도 파리 날려 30년만에 요즘 같기
"식사 시간이 되어도 손님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구 동구 롯데마트 인근 목련시장에서 국밥가게를 운영하는 권명자(가명'56'여) 씨. 권 씨는 "점심때인데도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만큼 장사가 안 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30여 년 전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목련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당시 콩나물 장사를 했던 권 씨는 매일 콩나물을 대여섯 시루씩 팔았다고 했다.
"남편도 없이 아이들 셋을 채소 장사한 돈으로 학교 보내고 밥 먹이고 다 했으니까 장사할 만했죠. 그런데 10년쯤 지나니까 손님이 점점 줄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채소 장사를 접고 망하지는 않겠다 싶은 먹는 장사로 업을 바꿨지요."
그러나 2년 전 도보로 5분 거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이제 시장은 빈 점포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게 됐다.
◆'사면초가' 자영업자
대구의 자영업자들이 점차 몰락하고 있다.
전체 수도 줄고 있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또한 전국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 지역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07년 31만 명에 달했지만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26만3천 명으로 감소했다. 4년여 동안 무려 5만여 명이 줄어든 셈이다.
자영업자 수 격감은 침체된 지역 경기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대구 지역 대형마트는 10년 전인 2001년에는 8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20개로 증가했고 SSM은 37개에 이르고 있다.
대형마트의 파괴력은 상당하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센터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3개가 늘어나면서 중소유통업 연매출 감소액이 1천853억원에 이르며 이는 전통시장 9.4개의 매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형마트 진출은 또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 기준 전국 대형마트 신규 개점으로 인한 고용 효과는 1만8천800명이지만 이로 인한 전통시장 및 골목 상권의 고용 감소는 2만6천여 명에 이른다, 결국 7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반면 대구 지역 대형마트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 대형마트 매출은 1조8천404억원으로 2008년의 1조4천711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천여억원이 늘어났다.
시장연합회 관계자들은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수치로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며 "신규 개점을 한 뒤 1년 내 폐점하는 이들도 있지만 몇 년을 버티다 적자로 문을 닫는 가게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더 힘든 대구의 자영업자
대구의 자영업자들의 벌어들이는 수입 또한 바닥권이다. 통계청에 따르며 지난 2008년 기준 대구 지역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156만6천원으로 전국 평균임금의 72.5%에 그치고 있으며 지역 전체 평균임금과 비교해도 79.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2~4시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평균 수입은 타 직종보다 더 낮다"며 "자영업자들이 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만큼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를 합친 비임금 근로자 비중이 대구가 전국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비임금 근로자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23.3%였고, 울산은 19.5%에 불과했지만 대구는 27%에 달해 7대 대도시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지역 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 관계자는 "대구는 유독 자영업과 여기에 종사하는 가족들이 많지만 이들의 평균 수입은 낮다"며 "특히 최근 들어 자영업자 수가 급감하고 있어 이는 지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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