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프리미엄 일방적 유리 토종 인사들 서울 인물에 나가 떨어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이 화룡점정'이라고까지 중요성을 강조한 새누리당의 공천제도가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람에 의한 공천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강조했지만 어느 때보다 '자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또한 현역 국회의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래서 매번 전국 단위 선거의 공천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시스템 공천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새누리당은 공천신청자 면접을 본 데 이어 23일부터 25일에 걸쳐 대구경북지역 공천 신청자들 가운데 1차 압축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근거로 단수 공천신청자나 여론조사 2위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1위자를 1차 공천자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공천 방식에 수많은 한계점을 노출시켰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시정이 없으면 공천 후유증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압축부터 잘못이다
신청자가 5명이 넘는 곳은 5명 이내로 줄이고 5명이 안 되는 곳은 모든 신청자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압축의 근거가 미약하고 기준도 불확실했다.
'지방 홀대' '학벌 중시' '스펙 우대'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지역에 근거를 두고, 지역에서 살면서, 지역에 관심이 많은 소위 '토착' 내지 '토종' 세력들의 몰락이 두드러진 반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인사들이 압축 대상에 포함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서울에 줄을 대거나 공천위나 비대위에 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살아남았지만 인지도가 어느 정도 되고 지역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인사들이 서울서 날아온 '생소한' 얼굴들에 나가떨어졌다.
◆누가 누군지 모르는 채 조사가 이뤄졌다
누가 압축자 명단에 포함됐는지 알지 못한 채로 조사에 들어갔다. 압축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가 한참 진행된 상황에서도 누가 생존했는지, 누가 탈락했는지 몰랐다. 또한 5명이라는 조사 대상인원의 숫자도 많았다. 노출 빈도에서 현역 의원과 비교도 되지 않는 신인들과 현역 의원들을 한꺼번에 조사 대상에 놓고 조사에 들어간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압축된 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없이 조사가 진행되다 보니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은 상상 이상이었다는 지적이다. 곳곳에서 현역 의원들이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한 공천신청자는 "정치신인들은 아무리 열심히 했다고 해도 10% 지지도를 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들을 일정 기간 언론에 노출시킨 이후 조사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이런 식의 조사라면 어떤 신인도 현역 의원들의 아성에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도전자 역량 부족 현상 뚜렷했다.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인지 '준비 안 된 후보'들도 너무 많았다. '구의원이나 시의원을 해도 버거울 인물들이 대거 공천 신청을 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지역적 기반도 미약하고 지역사회에 이름 석 자를 알릴 기회조차 없었던 인물들이 '공천만 받으면'이라는 착각 때문인지 대거 공천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공천 로또'를 향한 러시를 연상케 했다.
이를 두고 압축 대상에 포함된 한 공천신청자는 "신인들의 역량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며 "새누리당의 공천 방식도 문제지만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덤벼드는 도전자들의 자세도 유권자들의 비웃음을 살 정도"라고 꼬집었다. "선거철에 갑자기 나타나서 표를 달라는 모습을 유권자들이 곱게 볼 리가 없는 만큼 현역 의원들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방식 자체가 문제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공천하면서 1분 30초 면접, 서류심사, 그리고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혁신을 한다고 선전은 하면서도 정말 좋은 후보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구의 신정치 1번지라는 수성구의 한 공천신청자는 "최소한 공천위원들을 권역별로 나눠, 현지를 돌면서 신청자들에 대한 심층면접, 심층 여론탐방이라도 했어야 압축 결과와 공천 절차에 대한 승복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지금 같은 방식이면 반발은 예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일 뿐 그것을 공천자료로 삼는 것은 공심위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서류심사를 거쳐 공천위가 마음대로 압축을 해놓고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모습을 취한다면 공천위가 무슨 필요가 있나"고 반문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