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이다∼ 6주 기다린 5시간 자유…50사단 네번째 영외면회

입력 2012-02-25 08:00:00

신병은 밖에 나와 싱글, 가족은 여유 있어 벙글

훈련을 끝낸 아들에게 상추에 삼겹살을 싸서 먹여주는 어머니.
훈련을 끝낸 아들에게 상추에 삼겹살을 싸서 먹여주는 어머니. "맛 좋습니다."
6주간의 힘든 훈련을 마친 신병들이 가족 등과 바깥 구경에 나섰다.
6주간의 힘든 훈련을 마친 신병들이 가족 등과 바깥 구경에 나섰다.

부모, 친척, 애인, 친구, 군대 밖 식당 등 모두에게 좋은 영외면회.

6주간 고된 훈련 뒤, 신병들에겐 5시간 군대 밖 나들이의 즐거움은 크다. 육군이 올해부터 시행한 신병 영외면회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6주 훈련을 마치고 훈련소에서 잠시 점심만 먹고 헤어졌던 과거 면회 풍경은 사라지고 이제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부대 주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도심 구경을 다녀오는 등 달라진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

신병들은 가족 등과 함께 대구시티투어를 이용해 동인동 찜갈비 골목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에는 대구 도심 골목투어를 하고 오후 4시 30분까지 부대로 돌아가면 된다. 대구 인근에 집이 있는 신병은 잠시 집에 다녀올 시간도 있다. 부모가 승용차로 자녀를 집으로 데려간 뒤, 오순도순 집에서 식사를 하고 귀대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 특별한 사정으로 면회가 없는 신병들을 위해서는 영화상영을 한다. 부대에서 점심식사 후 오후 2시부터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영외면회 시간이 끝난다. 신병들과 달리 따로 모여 있는 20여 명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영외면회를 하지 않는 상근예비역 자원들로 면회시간을 갖지 않고 각자 알아서 집으로 돌아간다.

지역의 제50보병사단(사단장 정연봉)의 경우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영외면회가 시행됐다. 한 해 동안 25번의 영외면회가 예정돼 있다. 이달 23일 오전 11시 시작된 신병교육 수료식은 30분 정도 걸렸다. 수료식이 끝난 뒤 5시간 동안의 바깥 외출이라는 달콤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 달라진 풍경을 동행취재했다.

◆특별 주의사항 3가지

면회의 원칙도 분명했다. 친구나 애인만 왔을 때는 영외면회가 허용되지 않았으며, 부모나 부모 역할자(삼촌 등)가 왔을 때에만 가능했다. 그래서 면회를 온 애인이나 친구는 반드시 그 신병의 부모와 동행해야만 외출을 함께할 수 있다. 신병교육 수료식이 끝나고 이내 신병들에게 특별 주의사항이 공지됐다.

첫째, 흡연 및 음주 금지. 영외면회 역시 훈련기간의 연장선상으로 본다. 훈련병 신분이기 때문에 군인의 기본자세인 흡연 및 음주금지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영외에서 담배 한 대 정도 피우는 것을 감시할 방법이 없다. 그래도 각자 알아서 군인의 마음가짐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

둘째, 반드시 부대 정문을 통해 외출을 했다 정문으로 돌아와야 한다. 부대에 문이 여러 군데 있지만 신병들의 외출증 확인 및 복귀시간 파악 등을 위해 정문으로 출입을 해야 한다.

셋째, 지각 및 '연애' 금지. 영외면회 허용시간 안에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 혹시 애인과 함께 모델 등에 가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다면 가능할 법도 했다.

제50보병사단은 네 번째 영외면회를 시행하는 동안 한 건의 작은 사고조차 없다고 밝혔다. 모든 신병들이 제시간에 복귀했을 뿐 아니라 바깥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외면회 때마다 아무도 면회를 오지 않은 약 10여 명가량도 영내에서 영화관람을 하거나 잠시 외출해 찜질방, PC방 등에서 자유시간을 보낸 뒤 귀대했다.

이 부대 전진호 정훈교육장교(중위)는 "사실 부대에서 영외면회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지만 신병들이 군인기본자세를 잘 지켜주고 있다"며 "국방부 방침대로 신병들에게 면회에 대한 기대감과 심리적 안정을 통한 사기진작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첫 시행된 대구시티투어

제50보병사단과 대구시는 영외면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대구시티투어를 기획하고 이날 첫 행사를 가졌다. 대성공이었다. 대구뿐 아니라 문경, 안동, 김천 등에서 온 부모들은 오랜만에 대구 도심 골목투어의 진수를 만끽했다. 점심은 대구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찜갈비를 동인동 골목에서 먹었다.

대구시 관광문화재과 신동룡 국내관광 마케팅 담당은 "영외면회 시간에 딱 맞는 점심 식사를 겸한 근대문화 골목투어 및 약령시 방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10가족 30여 명이 신청을 했는데 예상 외로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좋아했다. 대구시 조영수 문화관광해설사도 "신병 가족들을 모시고 도심 투어를 진행하니 더 뜻깊다"며 "베레모를 쓴 젊은 군인들에게 설명을 하니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온 가족들은 생전 처음 해보는 도심투어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홍성탁 이병의 아버지인 홍중표(51'안동시 용상동) 씨는 "영외면회 시간 동안 조금 더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도심투어 프로그램에 신청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볼 게 많았다"고 했다. 강백진 이병의 어머니인 이지영(47'안동시 용상동) 씨도 "얼떨결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든든한 아들과 함께한 도심투어는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시티투어를 신청한 가족들 중 이미 도심투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동성로에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정해진 약속장소로 돌아오는 융통성도 보였다. 몇몇 신병들은 옛 청라언덕 위 의료선교박물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내부를 보기 위해 군화를 벗고 맨발로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해설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적극성도 보였다.

◆주변 식당도 '분위기 좋고 좋고'

제50보병사단은 13년 만에 신병 영외면회를 부활시켜 장병 사기 진작과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 기대대로 주변 식당은 싱글벙글이다. 영외면회 날짜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한 달에 두 번가량 신병 및 가족들이 부대 밖으로 나와 매상을 올려주니 좋을 수밖에 없다.

정문 바로 옆 삼겹살 식당인 모은정 주인 신승진 씨는 "처음엔 특정한 날, 군인과 가족들이 매상을 많이 올려줘 의아했는데 이제 그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평일 점심 시간이 한가해서 손님이 많지 않은데 신병 영외면회를 온 가족들이 매출향상에 큰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제50보병사단이 위치한 북구 국우동 일대 식당들은 모두 마찬가지다. 영외면회 날짜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한 달에 2, 3번은 점심 및 오후 시간에 군인과 가족들이 지갑을 열어 도움을 주고 있는 데 대해 고마울 따름이다. 제50보병사단 김정기 공보담당은 "영외면회를 할 때마다 신병 200여 명을 비롯한 가족 700∼800여 명이 주변 및 대구시내를 돌며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공산 주변도 덕을 보고 있다. 정재혁 이병의 아버지 정철영(50) 씨는 "아무래도 영내는 딱딱한 분위기인데 밖으로 나오니 마음도 편해지고 좋다"며 "부대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동화사나 파계사 등을 방문해 신선한 바람을 쐴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아들 면회를 온 김성수(49) 씨는 "첫째 아들은 강원도 화천이라 면회도 가지 못했는데 둘째는 가까운 곳이어서 아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다 보니 사소한 해프닝도 없지 않았다. 부대 밖으로 나가다 길을 잃은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시티투어 버스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경우도 있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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