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바람이 꽃을 피운다/심형준/새미 펴냄 출판사
소설가이자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방송구성작가 등으로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해왔던 저자가 '고뇌에 찬 절규'를 담은 에세이집을 마침내 발간했다. 지난해 4월 탈고를 마쳤으니, 책으로 나오는 데 한 해의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50여 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돌아온 말은 글은 좋은데 저희 출판사에서 내기는 좀 곤란하다는 반응이었다.
저자는 세상을 억지로 쥐어짜지도, 일부로 비꼬지도 않았다고 했다. 오로지 곳곳을 오염시키는 모순과 온갖 부조리를 강한 어조로 질타하고, 동시에 진실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주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성형열풍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자신의 얼굴과 몸뚱이를 장난거리로 삼다간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올 수가 있다. 함부로 몸에 칼 갖다 댔다가 불구자가 되고, 마침내 신세 망친 사람들 얼마든지 많다. 정말로 잘 나고 예뻐지고 싶으면 부족한 지성에 분칠을 하고, 그릇된 의식에 메스를 가하고, 잘못된 사고를 성형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막강한 대중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온갖 '악(惡)'을 퍼트리고 있는 방송에 대한 힐난도 빠지지 않았다. 우리말 화냥기와 상당히 가까운 의미를 가진 '섹시하다'를 그처럼 아무 데서나 함부로 사용해도 좋은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남자는 대놓고 여자한테 "참, 섹시하다"고 말하고, 여자는 마치 최고의 찬사로 받아들이면서 기뻐 어쩔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정말, 제 정신을 가진 세상은 아니다.
'모르면서 지껄이는 소리는 말이 아니라 짖는 소리다. 모르면서 쓰는 글은 글이 아니라 낙서다'는 말도 도발적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아는 것만큼 지껄이고, 아는 것만큼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무식한 사람들이다. 이런 자들은 은연 중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게 모두 옳고,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짜깁기식 지식과 정보'로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는 몇몇 잘난체 하는 부류들을 겨냥한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비판적 시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현장의 모순, 비싼 자동차만 타고 다니면 자신이 뭐 대단한 존재나 된 줄 착각하는 세태, 상속제에 반대하는 이유 등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헤집는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출판사의 기피대상이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역시 문제는 정치가 아니었을까. 나라사랑하는 마음, 이웃사랑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단지 자신과 제 가족의 영달을 위해 정치하겠다는 '무리'를 신랄하게 규탄한게 마음 걸린다. 자식 병역면제시키고, 비싼 해외유학시키면서 서민정치를 외치는 유력 정치인들이 지금 한국 정치판의 여야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반드시 이 책에 실린 '멋있게 늙어가는 법'을 읽어보길 바란다. 406쪽, 1만8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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