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야구 '후끈'…2월 기온이 20℃ 포근 18개 야구장 인프라 완비
일본 최남단의 오키나와는 2월 기온이 20℃를 웃돌 만큼 따뜻하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온기가 서려 있는 오키나와는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단이 한겨울의 추위를 피해 훈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 프로야구팀은 오키나와를 전지훈련의 종착지로 거쳐 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등 한국 5개 팀과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즈 등 일본 10개 팀이 올 시즌 준비를 위해 이곳에 캠프를 차렸다. 저마다 우승을 꿈꾸며 찾은 '약속의 땅' 오키나와는 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야구에 빠진 오키나와
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공항. 비행기가 내릴 때마다 입국 수속을 밟는 사람들로 공항은 북새통을 이룬다. 까다로운 심사지만, '야구'라면 그냥 'OK'다. 20일 기자가 삼성의 전지훈련 취재를 위해 입국심사를 받을 때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기자냐. 어느 팀을 취재 왔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삼성이다"고 하자 그는 "지난해 우승팀 아니냐. 좋은 기사 많이 써 달라"며 기분 좋게 여권에 도장을 찍었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프로야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공항 건물의 간판은 전지훈련 메카에 입성한 것을 알린다. 연습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엔 평일에도 1천~2천 명의 관중이 모인다.
삼성이 캠프를 차린 온나손 아카마구장. 이곳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는 언론인들 외에도 좋아하는 선수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로 북적인다. 후쿠다 다마야마(43) 씨는 "오키나와 사람들은 유명한 프로야구팀과 선수들을 가까이서 마주하고, 박진감 넘치는 시즌 리허설 무대를 매년 즐기고 있다"며 "오키나와가 전지훈련의 메카가 되면서 야구는 관광수입 자원으로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서 캠프를 찾은 박경미(24'여)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좋아하는 삼성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박 씨는 1년 내내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했다고 했다.
박 씨는 "시즌 중에는 펜스라는 커다란 벽 때문에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없지만, 오키나와서는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땀 흘리는 모습이며,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일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며 "선수들에게 말을 건네고, 사인을 받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야구는 익숙한 문화다. 특혜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야구장을 순회하는 버스를 타면 언제든 공짜로 야구를 볼 수 있다. 기록지를 꼼꼼하게 채워가는 주민들과 그들이 분석하는 시즌 전망은 전문가 수준을 넘는다. 마에다 우에시로(57) 씨는 "수년째 삼성의 연습경기를 보면서 한국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됐고, 시즌 중에도 가끔 삼성의 성적을 살펴보게 된다"며 "오키나와 사람에게 2월은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로 빚어낸 최고의 시설
많은 프로야구팀이 오키나와로 몰려드는 이유는 따뜻한 기온과 흠잡을 데 없는 인프라 때문이다. 섬 전체 면적이 제주도와 비슷한 2천265㎢지만 이곳엔 본섬과 주변 섬에 모두 18개의 야구장이 있어 훈련 스케줄을 짜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국내 구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삼성의 온나손 아카마구장은 전용 야구장과 실내투수연습장, 축구장 두세 배 크기의 넓은 잔디 보조구장, 관중석 없는 미니야구장, 체력단련실 등 훈련에 필요한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삼성은 실내연습장을 투자해 짓는 등 이곳을 제2의 경산볼파크로 만들어가고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피칭과 타격, 수비 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완벽한 배수시설과 선수 편의에 맞춘 클럽하우스 등이 있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입지도 힘든 훈련에 지친 선수들에게 청량감을 준다"고 말했다.
일본 야쿠르트가 캠프를 꾸린 우라소에구장, 주니치의 차탄구장, 니혼햄의 나고구장 등은 낡고 열악한 대구시민야구장 시설을 능가한다. 부러운 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열기다. 우리나라의 읍이나 면 정도의 지자체가 과감한 투자로 야구장을 지어 프로팀을 유치, 지역개발과 경제 활성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다 오키나와 현은 지난해 일본 명문구단 요미우리를 유치하려 3만 명을 수용하는 최신식 야구장을 지었다. 오키나와 셀룰러스타디움 나하로 이름 지어진 이곳은 일본 전국에 산재한 요미우리 팬들을 불러 모아 짭짤한 관광수익을 얻고 있다.
오키나와 현은 일본팀까지 합쳐 15개 팀이 소개된 안내 책자까지 발행, 나눠주고 있다. 매년 이맘때 오키나와가 누리는 전지훈련 특수는 상상 이상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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