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 자식 사랑
신문을 펼치자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제목이다. 수업 중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어 뺏은 게 이유였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이제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다. 무엇이 학생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문득 한 아버지가 생각난다.
내가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할 때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학생의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어 붙잡아 주셨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분은 먼저 계단을 내려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놓고 서 계셨다. 유명한 의사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몹시 부담스러웠다. 17층까지 불이 들어오는 숫자를 세고 있다가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올라탔다. 그때 학생의 아버지는 겨우 이십대인 내게 귀한 손님을 배웅하는 것처럼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너무나 당황하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데도 답례를 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만 보았다.
그날만이 아니라 배웅은 한결같았다. 학교의 담임교사도 아니고 유명한 강사도 더더욱 아닌데 왜 그렇게 예의를 갖추었을까. 평소 병원에서 본 권위주의적이던 의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잘 가르쳐 달라는 무언의 부탁으로 여겨 열성을 다했다.
내가 부모가 되고서야 그분의 뜻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선생을 절대로 업신여기지 말고 잘 따르라는 교육이었다. 자식의 스승은 부모다.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를 보고 자식은 배우고 닮는다. 자식이 바르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조경숙(대구 남구 봉덕동)
♥수필 #2-나의 조그만 정성으로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다. 난 평소 불우이웃을 잘 돕지 않았다. 진짜 불우이웃은 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알아가고 나의 조그만 정성으로 불우한 이웃들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하지만 상점에 가서 거스름돈을 비치된 불우이웃돕기 저금통에 넣고 나오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내 눈앞에서 꿀돼지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웃고 있다. 주머니 속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용기를 내어 동전을 넣었다. 꿀돼지가 나를 향해 웃는 듯했다.
내친김에 저금통을 하나 사서 동전을 모아 보아야겠다. 배가 고파 꿀꿀거리는 돼지에게 제때 밥을 줄 수 있을까? 저금통이 가득 차면 불우한 이웃을 돕는 곳에 아무도 몰래 두고 올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꿀돼지를 한 마리 샀다. 나를 향해 미소 짓는 돼지를 보고 내 마음도 스르르 녹아내렸다. 불우이웃돕기는 내 마음의 작은 실천이었다.
이정화(경산시 경산로)
♥수필 #3-그리운 그 시절
지금이야 두 발로 된 스케이트가 있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고작 해야 나무로 만든 나무썰매가 고작이었답니다. 판자 몇 조각과 굵은 철사와 못 몇 개만 있으면 간단하게 나무썰매 하나를 만들 수가 있었답니다. 썰매에 쪼그려 앉아 얼음판 위를 씽씽 달리는 그 기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답니다. 우리는 일요일만 되면 나무로 만든 스케이트 하나씩을 어깨에 둘러메고 얼음이 얼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갔습니다.
하루는 썰매 지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우리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우리 그쟈 이래 쪼그만 냇가에서 타니 재미없다. 좀 더 넓은 데서 신나게 타보자"면서…. 그런데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짓궂은 한 친구가 남의 보리밭에 물을 넣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보리밭은 완전 물바다가 되고 얼음으로 꽁꽁 얼어 있었답니다. 뒷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우리는 꽁꽁 얼어 있는 보리밭에서 썰매를 신나게 타고 놀았답니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서 마을로 돌아온 우리에게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리밭 주인이 마을로 찾아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죠. 아저씨의 얼굴은 우리를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험악해 보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 추운 겨울에 팬티만 입고 무릎 꿇고 앉아 한 시간 동안 벌벌 떨며 벌을 받아야 했답니다. 결국 부모님들이 나서서 보리밭을 배상해주고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그 시절이 무척 그립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 시절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명수(대구 달성군 현풍면)
♥시-#아버지의 힘
친구들은 일밖에 모른다고 당신을 놀려댈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의사가 정밀검사를 권해도
내일, 또 내일로 미루며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당신이니까.
아내는 당신의 무뚝뚝함에
믿을 건 자식뿐이라며 이제 와서 등을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팍팍한 살림살이 지켜내는 게 안쓰러워
살가운 말 한마디 더 얹지도 못하는 당신이니까.
어느새 당신 키를 넘어버린 아들은
저를 이해하지 않는다며 당신을 향해 눈총을 쏘아댈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아들이 쓰는 언어와 최신 휴대폰,
그리고 컴퓨터를 대하기가 무서운 당신이니까.
막내 딸아이는 더 이상 당신의 볼에 입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녀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짐작은 했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당신입니다.
하루, 또다시 몰아치는 하루와 싸우다 보니,
맨정신에는 힘들단 소리 한 번 못하고 버텨내다 보니,
많이도 지치셨겠지요.
많이도 외로우셨겠지요.
하여 지금 후회하고 계십니까?
그러지 마세요.
내가 잡아 본 당신의 거친 손바닥,
그 속에 박혀 있는 뜨거움이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해내셨다고.
나는 그런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정정화(영천시 금호읍 냉천리)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정연화(경산시 사동)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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