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기자회견 '끓는 불에 기름' 부었나

입력 2012-02-23 10:38:11

새누리 일부 "안한만 못해"…민주 "대통령이 총선 지휘"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다. 이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과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일체 논쟁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차별화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등 야권이 이 대통령의 야당 비판이 총선 개입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여당을 공격하려는 정략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당'청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국정 전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진전된 소통의 자리가 됐다"고 총평을 했다. 그러나 야당의 끈질긴 공격을 받자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총선 지휘를 받을 이유도 없고 받아야 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동운명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차별화를 통해 쇄신과 변화를 이끌려는 박 위원장을 정략적으로 이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놓는 방식으로 폄하하려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불만은 숙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22일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을 놓고서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표출됐다. 주로 쇄신파로 서울 지역 의원들이 반발했다.

구상찬(서울 강서갑) 의원은 "청와대 언론팀은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냐"면서 "국민이 원하는 건 측근 비리나 국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인데, 변명으로 보이는 말만 늘어놓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구 의원은 "차라리 오늘 기자회견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두언 의원도 트위터에 "민심에 승복하고 민심을 받아들이는 제2의 6'29선언이 대통령과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수차례 얘기했는데, MB(이명박 대통령)는 그냥 할 말이 없다네요"라며 "정말 도움이 안 되죠"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MB가 한나라당 편이 아닌 건 이제 분명해졌고, 민주당을 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게 생겼어요. 세상에 이렇게 민심을 모를 수가"라고 꼬집었다.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도 22일 "이 대통령이 친인척 비리나 측근 비리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는 표현을 빌려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정작 '사과나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실질적인 사과를 원하는 국민들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었다 "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이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야당이 말바꾸기를 했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부담이 되는 발언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22일 이 대통령이 한명숙 대표,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을 거론하며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명백하게 총선에 개입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특히 총선 50여 일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의 실명을 거론해 직접 총선을 지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지난 20일 TV토론회에서 야당심판론을 제기했다"며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감추려고 야당을 무리하게 비판하는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이미 공동운명체임을 온 국민에게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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