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500만원, 2년 계약직… 전문가들 오세요?

입력 2012-02-23 10:53:03

개방형 감사관 '눈 높은 자격·눈 낮춘 대우'…한 곳도 채용 못해

정부가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개방형 직위 감사관' 제도가 겉돌고 있다.

지역에선 감사관 적임자가 드문데다 우수 인재들은 기대치에 비해 낮은 보수와 직급 때문에 지원을 하지 않아 개방형 감사관제도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개방형 감사관은 2010년 제정된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구 30만명 이상인 구는 반드시 외부 인사로 감사 책임자를 임명하도록 돼 있다. 공직사회 감사 업무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대구에는 8개 구·군 중 동구청과 북구청, 수성구청과 달서구청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4개 구청 중 외부 인사를 감사관으로 채용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 3월 가장 먼저 공고를 낸 달서구는 1·2차 모집에 5명이 지원했으나 면접에서 모두 탈락했다.

지원자들 중 감사 관련 경력이 있어도 10여 년 전 경력이거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면접관들의 평가가 많아 1년간 내부 직원을 임용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채용 공고를 한 수성구도 적임자를 뽑지 못했으며 지난달 2차 공고까지 냈던 북구도 외부 인사 채용을 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 공개 모집 예정인 동구도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 3개 구청의 감사관 지원자는 감사 업무를 맡았던 경찰이나 군인 출신, 대학교 교직원과 국민권익위원회 출신 등이 전부였다.

이처럼 감사관 뽑기가 여의치 않은 것은 지원 자격에 비해 직급과 보수가 낮기 때문이다. 현재 개방형 직위는 일반직 5급으로 2년 계약직이며 연봉은 최소 3천500만원에서 최대 6천100만원 선으로 경력에 따라 달라진다.

감사관으로 임명되면 국가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아 다른 일을 하거나 영리 활동도 할 수 없다. 자격 조건은 판'검사나 변호사, 회계사, 대학교수 출신 등이 대상이나 이들이 현재 대우에 만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이른바 고급 인력들은 자신들의 경력에 비해 연봉이나 고용 안정성 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아예 지원도 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일을 그만두고 2년 계약직으로 구청 감사관을 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한솥밥을 먹는 조직원들이 감사를 진행하다 보면 외부 인사보다 내부 비리를 지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능력 있는 외부인이 감사관 보직에 올라 감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채용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외부 인사를 감사관으로 채용한 경기도 수원시는 강도 높은 감사에 나서 공금 횡령과 각종 용역 및 공사 민간위탁사업 등 불법 행위 수백 건을 적발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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