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주민 23명 3000만원 과태료 폭탄

입력 2012-02-22 11:09:07

선거사무소 개소식인줄 모르고 밥 먹다…

"후배가 횟집 개업하는데 놀러 가자고 해서 갔다 왔지요."

봉화의 한 산골마을 주민 23명이 지인의 권유로 횟집 개업식에 참석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됐다.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이달 11일 봉화군에서 열린 모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교통편의와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주민 A(65) 씨 등 23명에게 1인당 160여 만원씩, 모두 2천900여 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이들 주민들에게 음식물과 교통편의 등 모두 15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주민 B(50) 씨를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주민들은 "횟집 개업에 가자고 해 따라갔다 엄청난 일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 등은 "이날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동네 B씨가 '울진에 있는 친구가 횟집을 개업하는데 같이가자'고 동네 사람들을 설득했고, 농한기를 맞아 할일도 많지 않은데 바다 구경이나 하고 회나 먹자는 심정으로 울진행 관광버스에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도착한 곳은 횟집이 아니라 선거사무소 개소식장. 23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인정상 자리를 뿌리치지 못하고 개소식에 들렀다 횟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저녁식사로 갈비탕을 먹었다는 것. 이들 중 6가구는 부부가 함께 참석했다.

한 주민은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 횟집 개업식에 가는 줄 알았는데, 도착해서 보니 선거사무실 개소식이었다"며 "잘못된 것은 알지만 농촌 인심상 막무가내로 버스를 되돌려 올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냥 놀러간 것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선거판이라고 하면 안 따라 나서니까 교묘한 방법으로 시골 사람들을 끌여 들인 것이 문제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선거사무실에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뒤늦게라도 선거판이란 걸 알았으면 차를 되돌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1인당 3만여원 상당의 향응과 편의를 제공받고 50배에 해당하는 160여 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 셈이다.

봉화지역의 경우 2010년 1월 상문농협장 선거에서도 금품을 제공받은 조합원 500여 명이 전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추징금 7천290여 만원과 받은 금품의 5배에 달하는 벌금을 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도 봉화군수 당선자 측으로부터 10만~20만원씩의 돈을 받은 혐의로 주민 130여 명이 무더기로 기소돼 모두 30만~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받은 돈도 추징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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