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봉투'로 끝난 돈봉투 수사…현직 국회의장 사상 첫 기소

입력 2012-02-22 10:35:53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21일 박희태(74) 국회의장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지난달 4일 고 의원이 "200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봉투가 온 적이 있어 곧 돌려줬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된 돈봉투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 약한 검찰이라는 이야기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돈봉투 전당대회의 실체를 거의 밝혀내지 못한 채 끝이 나게 됐다.

검찰은 정황상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에도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된 300만원과 안병용(54'구속기소)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회 위원장에게 건너간 2천만원을 제외한 다른 돈봉투의 존재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사상 처음 현직 국회의장을 기소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사퇴하게 하는 성과를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사건의 폭발력을 고려하면 사법처리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적극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해 조속히 마무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기소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고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아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신경민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수사결과가) 유야무야할 것이란 예상이 단 1㎜도 빗나가지 않았다"며 "수사팀이 의장공관으로 '출장수사'를 가서 '의장님'이라고 호칭하는 수사가 제대로 된 수사였을 리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정치검찰에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는 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민주당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검찰개혁을 실현하고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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