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에 '졸업' 대신 '수학' 쓴 아쉬움 이젠 없어요
이일향(82'사진) 시조시인이 50여 년 만에 모교인 대구가톨릭대에서 명예학사학위(한국어문학부 문학사)를 받았다.
이 시인은 지난 30여 년 간 10여 권의 작품집을 발표하며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단 원로. 1953년 당시 효성여자대학 문학과에 입학했지만 출산 후 학업을 접을 수밖에 없어 평생 아쉬움을 간직해왔다.
남편인 고 주인용(사조산업 창업주) 씨 사이에 5남매를 둔 이 씨는 자녀 양육에 전념하면서 평범한 주부로 지내야 했다. 첫째는 15, 16대 국회의원(경북 고령'성주)을 지낸 주진우(62) 사조그룹 회장, 둘째는 주영주(60)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로 그의 남편은 김인준 서울대 교수이다. 셋째는 수필가 주연아(57) 씨로 신철식(57) STX그룹 부회장이 그의 남편이다.
이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이 늘 후회가 됐다"며 "시집을 발간할 때 저자 소개란에 '효성여대 졸업'이 아닌 '효성여대 수학'이라고 쓸 수밖에 없어 늘 아쉬웠다"고 했다.
이 시인은 49세 때 남편과 갑자기 사별하면서 상실감에 빠져 있다 민족시인인 부친 이설주 시인의 권유로 문학에 몰두하게 됐다. 1979년 백수 정완영 선생으로부터 시조를 배우기 시작해 1983년 시조문학 추천을 받아 등단했고 첫 시조집 '아가'(雅歌)를 출간했다. 부친은 '들국화'와 '방랑기' 등 20여 권의 시집을 펴낸 유명한 시인.
이 시인은 "인생 전반을 여자, 아내, 엄마로서 살았다면 인생 후반은 시인으로서 살고 있는 셈"이라며 "명예학위를 준 모교에 감사드리며 모교의 명예와 발전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좋은 글을 많이 쓰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 시인은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윤동주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2년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주관하는 신사임당상(像) 수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여성시조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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