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산업 이럇!…'포스트 골프' 산업 눈독…고삐 바짝 죄는 시·군들

입력 2012-02-18 07:01:26

말산업 메카 영천, 승마장건설·제4경마공원 유치 선두…구미 승마장 개장

야외 승마장에서 멋있게 말을 타고 있는 운주산승마장 교관들.
운주산승마장에서 승마를 즐기고 있는 한 청소년. 4개월 배웠는데 제법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야외 승마장에서 멋있게 말을 타고 있는 운주산승마장 교관들.
영천시 매산동에 말고기 식당
운주산승마장에서 승마를 즐기고 있는 한 청소년. 4개월 배웠는데 제법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천시 매산동에 말고기 식당 '영천 대마가든'에서 식용으로 키우는 있는 어미 말에서 영천 태생의 망아지 1'2호가 잇따라 태어났다. 우태욱 기자

말이 새삼 대한민국, 그것도 대구경북에서 뜨고 있다. 지역민의 생활 속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개나 소, 돼지는 예로부터 친근한 동물이지만 말은 왠지 멀게 느껴졌다. 제주도의 조랑말 정도가 우리 말로 인식될 정도.

최근 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젠 말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정도로 산업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 국회에선 말 관련 지원 특별법까지 검토하고 있어 말이 지역민을 먹여살리는 효자 동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 대덕 승마장을 비롯해 상주의 국제승마장, 영천의 운주산승마장, 고령의 다산 에버그린승마장, 구미의 승마장, 울진의 승마교육장 등은 승마 대중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은 다소 비용이 비싼 편이지만 승마가 건강관리와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마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말은 멋있다. 중국의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무장 관우가 타던 명마(名馬) 적토마는 '삼국지연의'에 온몸이 숯불처럼 붉고, 잡털이 하나도 없으며,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가 1장(丈)이고 키가 8척(尺)이라고 묘사하고, 하루에 1천 리를 갈 수 있다고 전한다. 최근 전쟁 영화 '워 호스'의 주인공 말 '조이'도 전쟁통 속에서 주인에 대한 충직함으로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타는 말뿐 아니라 이젠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말고기가 대중적 먹거리로 자리잡을 날도 머잖았다. 말고기 식당들은 주로 제주도에 집중돼 있지만 대구경북에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말 산업 메카 꿈꾸는 영천

영천이 말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영천은 말의 정체성을 가진 고장이다. 영천시 신녕면 매양리에는 조선시대 지방역원의 중심이자 인근 14개 역을 관할한 장수역이 있었다. 영천시내 '조양각' 건너편 금호강변에서는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마상재(馬上才)를 시연했다. 영천시장 인근에는 아직도 말죽거리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말의 도시에 걸맞게 영천시 공무원들은 휴대전화 컬러링에 말발굽 소리와 말울음 소리를 사용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영천시 공무원들의 열정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자연 휴양림 속 승마장 건설 및 제4 경마공원 유치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승마 인구 확대와 지자체 세수 증대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2003년 5월 승마자연휴양림 조성 계획을 입안해 2009년 4월 개장한 영천운주산승마장에는 대구, 경주, 포항 등에서 연간 6만여 명이 찾아 승마를 즐기고 있다. 소나무 숲속에 실내 승마장(2천340㎡), 실외 승마장(8천800㎡), 외승로(1.2㎞), 산악 승마코스(3.5㎞)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마사에는 말 56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가족끼리 실내승마장을 찾아 말을 탄다. 어린이들은 마차를 타며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경산시 대평동에서 온 안미영(39) 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우건하'12)이 말을 좋아해 4개월째 운주산승마장을 찾고 있다"며 "승마를 시작한 뒤 아들의 집중력과 자신감이 크게 향상되고 자세도 바르게 됐다"며 기뻐했다.

지난해 9월 말산업 육성법이 시행된 뒤 지자체마다 '포스트 골프' 산업으로 말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천의 말 사육 기반이 주목받고 있다. '영천''홀스''별빛클럽' 등 영천시 승마연합회 회원들 중 40여 명은 자신의 말을 사육하며 승마를 즐기고 있다. 한우농장의 한쪽에 마사를 마련한 뒤 말을 사육하는 사람들도 7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민간 승마장도 예닐곱 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영천시 신녕면 화성리 '휘명승마 아카데미' 승마장은 승마체험을 넘어 기초 마장마술과 장애물 넘기 등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이 승마장은 이달 말부터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재활승마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장애인들이 좋아하는 백마 2마리를 재활승마용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대학에서 재활승마를 전공하고 있는 유재철(38) 휘명승마 아카데미 대표는 "미국과 독일의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재활승마 모델 개발에 나서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영천시 매산동에 말고기 식당 '영천 대마가든'을 개점한 채상호(55) 씨는 비육마 사육에 직접 나섰다. 말육회의 재료를 제주에서 항공기 택배로 공급받아 요리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기용 말을 사육해 자급할 계획이다.

농장 한쪽 널찍한 곳에 울타리를 치고 지난해 제주에서 비육용 말 6마리를 도입했다. 이 말들 중 2마리가 지난 1월 7일, 23일에 새끼를 낳았다. 영천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망아지들이다. 채 씨는 영천 망아지 1호를 '대말', 2호를 '새벽'으로 명명했다. 망아지들은 강변 옆 들판에서 마음껏 뛰놀며 쑥쑥 자라고 있다. 영천 망아지 3, 4호도 곧 태어난다고 한다. 비육용 말도 12마리로 늘어날 것 같다.

◆말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지자체들

경북의 발발굽 소리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김광원 전 한국마사회장은 "경북 영천 경마공원을 과천 경마장처럼 가족공원 겸 경마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말 관련 산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말 산업 관련 경쟁력을 갖고 있는 지자체들은 많다. 먼저 경북 상주는 2010년 사업비 215억원을 들여 국제승마장을 준공했다. 그리고 제9회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를 치렀다. 이 국제승마장에는 주경기장 1곳, 준비마장 2곳, 실내마장 1곳, 마사동(234칸)을 비롯해 실내 승마체험장,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산길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주변 경관이 수려한 데다 국제 규격에 맞게 건립돼 대한승마협회로부터 국제급 승마장으로 공인을 받기도 했다.

구미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옥성면 옥관리에 구미시가 운영하는 '구미시 승마장'이 문을 열었다. 구미시 승마장은 9만129㎡(약 2만7천300평)에 실내(가로 35m'세로 72m) 및 실외(가로 100m'세로 154m) 마장과 말 관리장, 이용객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구미시와 국민생활체육 전국 승마연합회는 지난해 말 구미시 옥성면 옥관리 낙동강변에 있는 구미시 승마장에서 '제6회 전국 말(馬) 한마당축제'를 열기도 했다.

영천 임고면 운주산 자락에 문을 연 운주산승마장은 휴양림 속 승마장이라는 독특한 환경 덕분에 레저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천은 또 2014년 6월 완공 예정으로 경마공원(경마장)이 금호읍 일대에 조성되고 있어, 승마와 말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도 말 산업 활성화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해 도내 초'중'고교 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승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대학에도 말 관련 학과가 늘어나고 있다. 경북도 김종수 경마장 건설지원단장은 "말산업은 1'2'3차 산업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부가가치가 높다"며 "승마와 말 축산업을 통해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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