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값 거품 빠지나?'
국내 의류 업체들이 옷값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 비해 국내 옷값이 비싸다는 인식과 함께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제조유통 일괄판매(SPA) 브랜드가 저가 공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줄줄이 가격 내리는 중저가 의류브랜드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중견 패션업체 인디에프는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예츠의 봄 신상품 가격을 30~40% 인하한다는 것. 재킷과 팬츠, 코트, 스커트 등 판매량이 많은 주요 14개 품목에 대해 소비자 가격을 낮춘다. 인디에프의 남성복 브랜드 트루젠도 올봄 신상품을 대상으로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옷값 다이어트의 시작은 섬유 제조업체 세아상역의 메이폴이 지난달 '한국형 SPA변신'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메이폴은 봄 신상품 가격을 최대 50%까지 내렸다.
이후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대기업은 물론 중견업체들까지 옷값 거품빼기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인수한 여성 캐주얼 브랜드 톰보이는 올봄 신상품의 가격을 평균 20% 인하한다. 20만원대였던 재킷 가격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회사의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스퀘어와 아동복 톰키드도 가격을 20%가량 낮췄다.
LG패션 타운젠트도 이번 봄 상품부터 가격을 기존 대비 30% 내리기로 했다. LG패션 관계자는 "수수료가 비싼 백화점보다는 독립매장을 늘려 유통비용을 줄였다"며 "원자재 소싱이나 유통과정을 줄임으로써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올해 SPA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 옷값 거품 빼기에 동참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여성 라이더 재킷이 10만원대 수준으로 웬만한 SPA 브랜드보다 가격이 낮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겨울 유니클로 패딩이 너무 싸서 국내 패션업체들의 패딩 재고가 넘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SPA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맞서 어떻게든 가격을 낮춰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파괴 돌풍의 주인공인 SPA브랜드 자라도 신상품 가격을 16∼20% 낮췄다. 최근 원화대비 유로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했다는 것이 자라코리아의 설명. 업계에서는 국내 패션업체들의 가격인하를 의식한 반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가브랜드는 여전히 비싸, 옷값 양극화
하지만 여전히 아웃도어를 포함한 고가 브랜드의 옷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가격 부담이 큰 고가 브랜드는 가격 인하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는데다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는 10% 안팎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패딩점퍼의 가격을 25만~75만원대로 높게 유지해 고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노스페이스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YMCA는 노스페이스가 일선 매장의 제품 판매가격을 강제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16일 밝혔다.
YMCA 측은 서울시내 백화점 전문점 직영점 등 23개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눕시' 등 인기 패딩 재킷 3종의 가격이 모두 같고 이월상품 할인 등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노스페이스의 국내 수입판매원인 ㈜골드윈코리아가 재판매가격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은 거래단계별 사업자가 스스로 판매가를 결정한다는 원칙 아래 제조업체 등이 일선 매장의 판매가를 정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유통 단계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저해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이 단체는 "거의 전 매장의 판매가격이 일정한 가격범위 내에서, 특히 회원 가입 등 유사한 조건에서 5~10% 할인이라는 지침 안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공정거래법 29조에서 제한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 YMCA는 "노스페이스가 부당한 가격 정책으로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지 신속히 조사하고 위법이 있으면 검찰 고발 등 후속조치를 취해 달라"고 공정위에 촉구했다. 또 "노스페이스와 관련한 청소년 폭력과 이른바 '일진' 현상 등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고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법적'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중저가 브랜드의 가격인하와 노스페이스 고가 정책 논란 등이 전반적인 옷값 하락으로 이어질까 하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인하된 봄 신상품이 매장에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이 반가워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중저가 브랜드에 국한된 현상이다 보니 오히려 옷값 양극화가 심해져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많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가 브랜드에도 이어져야만 실제로 옷값 다이어트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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