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 대선 출마선언, 총선 결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고민을 길게 하는 사람은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선택의 시간이 길면 나오지 못한다는 판단은 제 직관의 결론이다. 국가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사람은 1, 2년을 두고 심사숙고를 하지 않는다."
"안철수 교수는 총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당대 최고의 전략가이자 책사'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바라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다음 행보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다. 기부재단을 설립하는 등 대선 행보를 하고 있는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수도,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첫 번째 언급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두 번째는 안 교수가 총선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뜻이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에 지각변동 현상을 불러일으킨 안 교수의 '청춘콘서트'의 핵심 기획자다. 정치 얘기를 하고 싶다는 안 원장의 요구를 받자 30만 명 이상의 전국 도시를 1년여 동안 순회하면서 2040세대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던 뜻을 접는 과정에서 결별하게 되자 집필 중이던 '대통령의 자격'을 완성, 지난해 11월 출간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더불어 유력 대선주자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안 교수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물었다.
-청춘콘서트의 기획자이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인가.
"기획했던 것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 안 교수의 청춘콘서트는 한국 정치를 바꾸어 놓았다. 한국 정치의 양대 정당이 안 교수 한 사람의 정치적 가능성 때문에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렸다. 성난 민심이 가감없이 표출됐고 그래서 기성정당들이 바뀌겠다고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 아닌가. 안 교수는 정치를 하든 안 하든 간에 이미 한국 정치를 엄청나게 바꿔 놓은 사람이다.
-청춘콘서트를 하면서 안 교수의 출마를 위한 조직을 만들지 않았나.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요구하는 모임을 만들어 이를 정치조직화할 것이냐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 안 교수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운동'을 조직, 그것이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호응을 얻으면 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적절한 상황이 오면 정치세력화하자는 쪽이었다. 그것을 2011년 12월이나 2012년 1월쯤에 판단하자고 했다. 이것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의 상황이다. 서울시장 보선이 이런 구도를 다 틀었다.
-안 교수의 지지율은 주춤해진 상태지만 살아있다.
"고민을 길게 하는 사람은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안 교수는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한 후 하루 이틀 사이에 가족의 반대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가 선거에 못 나설 것으로 봤다. 선택의 시간이 길면 못 나온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결국 그렇게 됐다. 지금도 대통령 선거를 두고 고민을 오래하고 있는데 해를 넘기면서 고민하면 (대선에) 못 나온다.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사람은 1, 2년을 두고 심사숙고하지 않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1년을 지켜본 후 더 이상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사례 등 자료들을 모으고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는 자질과 자격에 대한 책을 쓰기로 했다. 그것이 '대통령의 자격'이다. 그는 ▷공직자로서 대통령직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넓은 이해 ▷균형잡힌 국가관 ▷전문적인 정책능력과 도덕성 ▷기품 있고 절제된 언행 ▷대북한 관리 능력 등 여섯 가지를 대통령의 자격으로 꼽았다.
-대통령의 자격 중에서 공직자로서 대통령직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우선적인 자격 조건으로 꼽으셨는데….
"공인 의식을 얘기한 것이다. 이는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다.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공인의식, 즉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권력은 국민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라고 위임한 것인데 그것을 사유화해서 권력을 남용했다. 대통령이 권력을 사사로이 쓰거나 측근'가족 비리가 생기는 것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현재의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분들을 잘 모른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제17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총선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다른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 다른 대선주자들에 대해서도 접촉을 잘 하지 못해서 모른다. 다만 대통령이 되겠다고 야망을 품는 것은 좋은 일이고 야망을 품었으면 자질을 길러야 한다.
대통령이 될 자질의 기초인 국가와 대통령직, 민주주의 이 세 가지에 대해서만 제대로 인식해도 폐해를 줄일 수 있다.
-대선주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대통령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나는 다르다'는 착각을 한다. 그런데 똑같은 과오를 범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대통령 곁에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느냐에 대한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다. 역대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가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거꾸로 대통령이 그런 참모를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안철수 교수는 대선주자로서 어떤 점이 부족한가.
"안 교수를 대통령감으로 유심히 본 적이 없다. 스스로 대통령이나 권력자가 되겠다는 뜻이 없다고 말했다. 그때 안 교수의 말이 거짓말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동안 정치하겠다는 생각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면 대통령의 자질을 기를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자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것이 안 교수의 딜레마다. 대통령의 자질은 고시 공부하듯 되지 않는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4'11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전망으로 화제를 옮겼다. 그러자 그는 "(전략에 대한)타고난 재주가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정치부 기자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 늘 정치권을 살펴보는 자리에 있었고 그 덕에 정치를 보는 훈련은 돼 있다"며 총선과 대선 이야기로 넘어갔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중요한 해다. 그러나 구도는 여전히 양자대결 구도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되풀이되고 있다.
"양당 구도가 나쁘거나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왜 국민들이 우리 정치권에 대해 혐오감을 넘어서 경멸과 분노심까지 표출하고 있느냐를 알아야 한다.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정치권은 기득권을 지키는 구조로 짜여 왔다. 두 정당 말고는 표가 갈 데가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권을 얻고 잃었다는 것 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 이는 두 정당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이 생긴 것이다.
-안 교수의 최종 선택은 무엇일까. 대선에 나설 것인가?
"안 교수는 쉽게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하기가 어렵게 됐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것을 놓치면 곤혹스럽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결정에는 딜레마가 따른다. 그 딜레마를 두려워하지 않고 심사숙고한 뒤 결정을 내리고 가면서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시간이 간다고 해서 그 딜레마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윤 전 장관의 이 말은 안 교수가 딜레마를 극복하고 대선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으로 들렸다. 이는 "안 교수 입장에서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려고 보니 우리 정치판이 좋게 말해서 역동성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한마디로 난장판이어서 뛰어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와 연결됐다.
-공천을 통한 물갈이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물갈이의 양은 엄청났지만 국민들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치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똑같은 사람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바뀌지 않은 것이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갖춘 사람을 충원해야 비로소 바뀌었다고 인정해줄 것이다. 개혁공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인재를 발굴하고 준비했어야 했다. 박 위원장이 그런 준비를 했겠느냐.
그가 '공천이 쇄신의 핵심'이라고 했는데 성공하려면 수많은 사람을 찾아놨어야 했다. 박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그런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
-총선 결과는 대선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대패했을 때 받을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박 위원장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얼마나 지느냐도 변수다. 참패했을 경우, 가정이지만 박 위원장 구도로 (대선을) 끌고 가지 못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 중심의 야권이 총선 승리 후 대선까지의 정국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도 눈여겨봐야 한다. 총선 승리에 도취될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때 안철수 교수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중요해질 것이다. 안 교수도 총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닐까. 총선을 보고 판단하려는 것 같다.
-1년 후의 대한민국을 미리 전망해 본다면.
"솔직히 2013년부터 5년간 우리에게 닥쳐올 과제들을 생각하면 보통의 식견이나 자질로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지금 거명되는 대선주자들 중에서 기대를 충족하는 분은 없다. 그렇다고 그런 인재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나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수준에 부합한다. 국민이 현명하게 선택하고 지도자의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역량으로 메워줘야 나라가 발전한다. 2012년의 선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 사회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 인선을 이 대통령처럼 해서는 안 된다. 사적 인연을 배제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쓰도록 국민이 요구해야 한다.
대담'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정리'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윤여준(72) 전 환경부 장관은 충남 논산이 고향으로 동아일보,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해외 공보관으로 공직에 입문, 그 후 청와대 공보비서, 정무비서관, 공보수석을 거쳐 16대 국회의원과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16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 총선기획위원장을 지냈고 탄핵 역풍이 거셌던 17대 총선 때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도와 총선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11년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청춘콘서트를 기획, 안철수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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