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의 진화] 달서구 구암경로당

입력 2012-02-16 14:04:18

"교통봉사하며 여고생들과도 친해졌다고"

경로당이 어르신들만의 모임이 아닌 세대 교류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며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있다.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실천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7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송현동 구암경로당(회장 배상도)을 찾았다. 키가 헌칠한 배상도(72) 회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경로당에는 40여 명의 어르신이 모여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배 회장은 "우리 경로당은 인근 송현여고 학생들의 경로당 체험 등 교류를 통해 청소년과 노인문화에 대한 세대 간 공감대 형성 및 효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운을 떼었다. 지난해 구암노인자원봉사클럽(회원 31명)을 창단해 '자원봉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는 슬로건으로 어르신들이 마음을 모았다.

먼저 인근 송현초등학교에서 4인 1조로 오전 8~9시 아이들 등교 때 건널목 교통안전 보호활동을 시작했다. 방학을 제외하곤 매일 교통안전 활동을 펼쳐 학교 측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고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 올 때는 뿌듯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인근 송현여고와의 봉사교류 활동으로 학생들이 경로당 환경정화 등을 함께하며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있다. 집에서는 공부한다고 청소 한번 하지 않던 아이들이 경로당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과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풍선놀이, 색종이접기, 옛날 옛적 이야기 해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조손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핵가족화되면서 조부모에 대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심을 품어 주고 아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봉사활동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한 달에 두 차례씩 거리환경정화 활동에 나서고 있다. 송현2동 내 쓰레기 줍기 등 청소와 재활용품 수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어르신의 열정적인 봉사활동에 송현2동주민센터에서도 쓰레기수거용 자루 지원 등 행정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따끈하게 감자를 삶아 홀몸노인 및 장애인공동작업장을 찾아 온정을 나눴다. 어르신보다 더 소외되고 힘든 이웃과 함께하며 진정 '아름다운 노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로당 2층 공동작업장에서 양말 포장, 세탁망 포장 등 시간을 내 일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아름답다. 예전에 경로당에서 화투나 치며 무료하게 소일하는 데서 벗어나 공동 작업을 통해 어르신들끼리 협동심도 기르고 건강도 다진다. 공동작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에어컨, 정수기 등 경로당에 필요한 물품도 구입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으로도 활용하고 있으며 연말이면 홀몸노인이나 장애인공동작업장을 찾아 사랑의 쌀을 전달하는 등 사회 환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르신의 여가활동도 활발하다. 경로당에서 편하게 지내기보다는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건강 증진은 물론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배 회장은 "이제 경로당이 머무르는 곳에서 움직이는 활동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과 연계해 1주일 3회에 걸쳐 국학기공, 요가, 노래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자 교육, 연극 공연을 통해 어르신들의 의식 개혁을 불러오고 있다. 이젠 경로당이 무료하다는 예전 이미지에서 탈피해 시간을 쪼개 활동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도난사고나 겨울철 화재 예방을 위한 경로당 내 CCTV 설치를 위한 기금 마련이 이 경로당의 급선무가 됐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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