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의 의료백과] 의료쇼핑

입력 2012-02-16 14:23:42

의료쇼핑? 쇼핑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사기 위해 백화점이나 상점에 가는 일'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에 '의료'란 단어가 붙은 '의료쇼핑'은 부정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의미가 된다. 의료쇼핑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의료 이용 상위 1%(연간 100차례 이상) 환자를 '의료쇼핑객'으로 정의한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는다. 물론 다른 질환이 더 있다고 해도 한 달에 8번 이상 병'의원을 찾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도하게 의료기관을 찾는 의료쇼핑 환자가 연간 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2008~2010년 건강보험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100회(주 2회) 이상 병'의원을 이용한 환자가 52만 명으로 급증했다. 또 2009년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5회)보다 훨씬 높은 13회나 된다고 한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내 의료쇼핑 환자 52만 명 가운데 63.3%는 노인이다. 2000년대 이후 급속한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연간 100회 이상 병원을 찾는 건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의료비 부담(자부담)이 적다고 습관적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물론 의료제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특유의 의료문화에 상당한 원인이 있기도 하다. 한 해 의사(한의사 포함)가 4천 명이나 배출될 정도로 의료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현실도 의료쇼핑 증가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인들은 동네의원 진료비 총액이 1만5천원을 넘지 않으면 1천500원만 낸다. 일부 의원들은 노인 환자 유치를 위해 이 돈마저 받지 않는다. 심지어 간단한 식사나 간식을 대접하는 곳들도 있다. 소일거리나 즐길거리가 별로 없는 노인들에게는 병'의원을 찾는 것이 건강을 돌보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병'의원은 의료기관이지 노인복지시설이 아니다. 물론 복지적 측면에서는 노인들에게 의료기관 문턱이 낮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건보 재정의 부실이 문제다. 건보 재정은 2010년 1조2천994억원 적자를 냈고, 올해도 1천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정작 써야 할 곳에 돈을 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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