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도시를 살린다] 8)공연문화도시 나선 대구,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2-02-16 11:15:45

공연 인프라 질적·양적 급성장…타지 관객들 "대구 가서 봐도 OK"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전야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전야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
공연문화도시 핵심 사업인 공연창작파크 조감도.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타에 탈락하면서 상당 부분 수정 및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공연문화도시 핵심 사업인 공연창작파크 조감도.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타에 탈락하면서 상당 부분 수정 및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대구는 공연이다."

대구시가 지역을 공연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내 건 '공연문화도시' 프로젝트가 7년여가 흘렀다. 이 과정에서 대구는 공연장이 늘고 공연 관객 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외적으로는 공연시장의 규모를 키웠고 공연문화도시라는 도시 분위기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대구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공연생산화를 위한 공연창작파크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심사에 탈락해 공연문화도시 계획이 큰 차질을 빚는가 하면 하드웨어 부문과 산업 쪽에만 관심이 집중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구시 구상 어떻게 진행됐나

대구의 공연문화도시 기본 구상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권의 일방적 문화 팽창화를 막고 지역에서도 21세기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만한 문화콘텐츠가 필요했다. 이미 부산은 부산영화제를 위시한 영상문화도시를,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내거는 등 다른 도시들이 특성화된 문화콘텐츠를 육성하는 상황이었다.

대구시는 전통적으로 음악 등의 분야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많고 오페라하우스 및 각 공공 공연장 인프라를 보유해 뮤지컬이나 연극 등 공연문화가 활성화된 점 등 지역적 문화환경을 고려, 공연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연문화도시를 목표로 잡았다. 시는 수십 차례의 토론회와 포럼 등을 통해 공연문화도시를 위한 마스트플랜을 만들었고 2008, 2009년에 예산 투입을 위한 계획으로 1, 2차 연구용역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공연문화도시를 위한 골격을 갖추었다.

이후 시는 공연에 대한 지역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산업연구원과 대구경북연구원을 통해 '대구 공연문화도시 조성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이 조성 계획은 본격적으로 국비를 비롯한 정부 예산을 투입해 공연을 산업화하고 대구를 공연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의 구상들을 총정리하고 수정한 '종합판'인 셈이다.

공연문화도시 조성사업의 핵심은 크게 공연창작파크 조성과 공연창작파크 활성화 등으로 나뉜다. 공연창작파크 조성사업은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내 2만5천㎡ 부지에 공연창작파크(공연창작스튜디오, 공연장치제작센터, 공연용품보관센터)를 건립해 공연 창작에서부터 기획, 제작, 보관까지 원스톱으로 진행, 대구를 공연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대구시는 "공연창작파크는 전국의 유명 스태프와 배우들을 끌어들여 지역 공연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각종 세트를 보관해 제작 비용을 낮춤으로써 공연의 질은 높이면서 공연 원가는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공연창작파크 활성화는 공연창작파크 이용자들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 사업으로 실험적 창작공연물을 올릴 수 있는 대명문화거리 조성과 소극장 리모델링 및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는 이 두 사업을 위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 동안 국비를 포함한 총 1천314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공연시장 활성화 등에 기여

대구시가 '공연문화도시' 기치를 내건 이래 대구의 공연시장은 급속히 팽창했다. 먼저 공공 공연장의 비약적인 증가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계명아트센터, 수성아트피아 등 1천 석 이상의 공연장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대구의 공공 공연장이 총 9개로 늘었고 대구는 인구 대비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공공 공연장이 많은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발맞춰 관객도 크게 늘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의 공연시장은 약 36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2005년 초기보다 시장 규모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약 7만 명을 불러모았고 그중 평균 43~49%가 역외 관객이었다. 공연이 타지역 사람들을 유인하는 관광 콘텐츠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또한 공연문화도시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제도 성황리에 정착하고 있다. 대구의 공연문화도시 구상과 궤를 같이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지난 5회 대회 때 86만 명이 참여해 명실상부 대구 대표 축제로 거듭났고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또한 지난 9회 때 27만 명을 불러모으며 오페라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공연 단체 활동도 활발하다. 대구는 시립예술단을 비롯해 공연단체가 60개로 서울(103개) 다음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극단 한울림 정철원 대표는 "서울에서도 대구의 공연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는 뮤지컬이나 연극 등 상업 공연이 계속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결실이다. 또 지역에 극장이 많아 일반 시민들이 가까이서 쉽게 공연을 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파워포엠 최원준 대표는 "대구에서 각양각색의 공연이 많이 열리는데 이를 집대성해 하나의 도시 브랜드로 완성한 프로젝트가 나왔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다"고 평했다.

◆사업 차질 등 문제도 적잖다

하지만 대구시가 공연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추진하면서 갖가지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 최근 공연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핵심 사업인 공연창작파크 조성사업은 대구시가 문화부 사업으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왔는데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해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앞으로 사업 추진을 위해 조성계획 내용을 대폭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고 상당 기간 지연도 예상된다.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 1차 심사에서 비용편익(B/C)이 0.51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는 데 그쳤다. 대구시가 당초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달리 결과가 초라해진 것.

문화계 A씨는 "전반적인 비전은 맞지만 세부 추진 전략에 미흡한 점이 있었고 전체적인 개념과 세부 내용과의 괴리도 다소 존재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업은 10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마련한 계획인데도 예비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데 대한 비판도 일부 나오고 있다.

조성계획에 대해 너무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계 B씨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적용한 점은 좋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다 보니 공연문화 아이템을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주목받는 공연콘텐츠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연결하려면 좀 더 집중적이고 특화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산업의 기초체력이 되는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없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뮤지컬과 산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불균형적인 발전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문화계 C씨는 "큰 그림을 그려놓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소극장에 대한 실질적 지원 방안은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문화계 D씨는 "음악이나 연극 등 순수예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구의 문화산업을 살찌우는 길이다. 이런 순수예술의 바탕 위에서 창작 능력이나 아카데미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 개발에 신경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력을 서울 등 외지에서 계속 빌려오는 허울만 좋은 공연문화도시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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