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센던트

입력 2012-02-16 07:04:15

식물인간 죽어가는 아내, 내연남 찾아 나서는 남편

물려받을 유산도 많고 잘나가는 변호사인 당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내는 죽어가고 딸들은 방황하기 시작하며 아내에게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조지 클루니'라는 배우의 이름만으로 덥석 액션 영화인 줄 알고 극장으로 들어서면 안 된다. 또한, 불륜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도 아니다.

이번 주에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중년 남성의 고민과 가족 이야기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한다. '디센던트'는 평범하고 넉넉한 일상을 보내던 하와이의 중년 남성이 사고 때문에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아내라는 삶의 '도발적 사건'으로 인해 곧 죽음을 맞이할 아내와의 삶을 정리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조지 클루니가 시나리오도 안 보고 감독의 캐스팅에 응했다는 이야기답게 제6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편집상, 각색상 등의 후보에 올라있다.

하와이에서 변호사로 살아가는 맷(조지 클루니)의 아내가 어느 날 보트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맷은 아내의 사고에 절망하지만 이내 막내딸과 함께 다른 섬의 기숙사에 있는 큰딸에게 엄마의 상태를 전하러 간다. 그동안 일 때문에 소홀했던 딸들과의 대화가 어려운 맥. 곤란해 하고 있는 맷에게 큰딸은 설상가상으로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딸들과 함께 아내의 남자를 찾아 나서는 맷, 섬과 섬을 옮겨 다니며 추적을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배경으로 제시되는 하와이는 로맨틱한 휴양지의 모습이기보다는 마치 한국의 중소 해안 도시가 연상된다. 조상의 땅을 팔아 배분하거나 개발하는 문제로 친족들끼리 다투기도 하고 친밀한 이웃들은 아내의 상태를 걱정해준다.

자랄수록 부모 말을 안 듣는 딸들의 모습 역시 우리의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큰딸은 말썽꾸러기 남자친구를 데리고 다니고 작은딸은 엄마에 대한 충격으로 비뚤어진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 모든 모습은 각자 가족 구성원이 가진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다.

죽어가는 아내의 내연남을 찾으러 다니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아버지와 딸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고 가족들은 구성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별다른 의미 없이 결혼생활을 영위하던 남편 역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돌아보게 된다.

하와이 원주민과 영국인 선교사의 피를 이어받은 '카우이 하트 헤밍스'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사이드웨이', '어바웃 슈미트' 등을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이 감독했으며, 하와이의 멋진 풍경과 색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슬픈 이야기를 유쾌하고 흥미롭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상영시간 115분, 15세 관람가.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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