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자전거 건축 여행

입력 2012-02-11 08:00:00

자전거 건축 여행/차현호 지음/아트북스 펴냄

평범한 가장에 평범한 건축가 10년차인 저자가 어느 날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일본 일주를 계획하고, 한달간 말이다.

오랫동안 '자전거 여행'을 꿈꾸던 저자는 자전거를 타며 일본의 건축물을 보고 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1천600m를 달렸다. 여행 중에 일어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과 길 위에서 만난 건축물들을 직접 그려 친절하게 보여준다. 건축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주고자 하는 새로운 여행이다.

일본은 건축물의 양식이 다양하고, 예술적인 나라로 유명하다. 저자는 일본 구석구석을 다니며 그 건축물을 탐방하고, 그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후지모리 데루노부의 라모네 온천은 줄무늬 셔츠에 삼각모자를 쓴 건물이다. 21세기 미술관은 납작하고 둥그런 쿠키 통에 상자들이 들어 있는 듯한 형태의 미술관으로, 예술 미로 속의 자유로운 방랑을 경험하게 해준다. 건물을 투명하게 만들어 빛과 바람 소리를 내부까지 전달하는 폴라 미술관, 외벽에 불규칙한 형태의 창이 점처럼 찍혀 있어 안과 밖이 소통하는 느낌을 주는 마쓰모토 시민예술관 등 색다른 건물들이 즐비하다.

길에서 건져올린 진지한 시선도 흥미롭다. 한국은 노숙자를 사회적 산물이라고 파악하는 반면 일본은 게으름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노숙자들이 세운 집에는 주인의 본능과 순수한 필요에 의해 우연히 드러나는 형태가 독특하다. 건축가 사카구치는 노숙자의 집에 초점을 맞춰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자전거 여행'보다는 '건축물'에 방점을 찍어 보여주는 저자의 시선이 풍요롭고도 깊이가 있다. 전공자답게 꼼꼼한 그림과 학문적 설명을 곁들여 일본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374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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