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짜웃음?…내가 웃어도, 웃는게 아니야

입력 2012-02-11 08:00:00

웃음의 심리학…마리안 라프랑스 지음/ 윤영삼 옮김/ 중앙북스 펴냄

웃음은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 교수(미국 에머리대)는 원시시대 선조들이 항복하는 표현으로 이를 살짝 드러내 보이는 행동에서 웃음이 유래되어, 점차 인간 세상에서 수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풍부한 팔레트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엄마의 자궁 속에 있는 아기들이 웃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서 웃음은 인간 본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을 느끼는 최고의 웃음은 자궁 속 태아에서 볼 수 있다. 이 아기의 웃음은 자궁에서부터 자신의 생존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사교적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천진난만하기만 할 것 같은 아기의 웃음도 생후 5, 6주만 지나면 '웃음이 초래할 결과와 보상'을 미리 알고 하는 전략적 행동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한마디로 갓난아이조차 가짜웃음을 짓는다.

'가짜웃음' '사교적인 웃음'은 정치의 계절에 더욱 난무한다. 32대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대중 앞에서 본격적으로 웃기 시작한 대통령이었다. 존 F. 케네디의 미소는 어떤 일을 하든 용서받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고, 리처드 닉슨은 늘 한발 늦게 치아를 드러내어 교활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빌 클린턴은 19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덜 웃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웃음은 유권자의 성향도 결정한다. 퓨리서치센터(미국 여론조사 연구기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 중 47%가 '아주 행복하다'고 대답한 반면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28%만이 '아주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결과와는 달리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이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보다 더 많이 웃는다. 진보 성향 지지자들은 의식적인 웃음으로 따뜻하고 협조적이며 공격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들은 대개 상대방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웃음을 짓는다. 또한 자신의 기쁨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해 악의적으로 웃는 경우도 있다. 역설적으로 웃음은 경멸을 전달하는 완벽한 방법이기도 하다. 사담 후세인은 재판정에서 크게 웃음으로써 자신을 재판하는 과정 자체를 조롱했다.

웃음에 대한 해석이 나라마다 다른 것도 주의해야 한다. 북유럽에서는 낯선 사람을 보며 웃지 않는다. 러시아인과 폴란드인 역시 잘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 짓지 않으며, 낯선 사람이 미소를 지으면 수상쩍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들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잘 웃고, 이런 미국인들을 프랑스인은 세상물정 모르는 부르주아적 행동이라고 여긴다.

프랑스의 생리학자 뒤센 드 블로뉴는 진짜웃음과 가짜웃음을 판별하기 위해 얼굴 감각을 모두 상실한 사람을 대상으로 얼굴 근육을 전기로 작극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입둘레 근육을 사용해 입꼬리만 올라가는 웃음을 사교적인 웃음(=가짜웃음)으로 정의하고, 입주위근육과 눈주위근육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웃음은 처음 발견한 자신의 이름을 따 뒤센웃음(진짜웃음)으로 불렀다.

미 버클리대 컬트너 교수는 결혼사진에서 뒤센웃음을 짓고 있는 부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연관성을 찾아냈다. 반면 웃을 때 눈주름을 보이지 않았던 부부는 이혼이나 불화를 겪을 확률이 높았다.

웃음이 왜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지, 남자는 왜 여자보다 적게 웃는지, 여자는 왜 성희롱을 당할 때 웃는지, 아기들은 엄마의 자궁에서 어떻게 웃음을 배우는지 등 흥미진진한 주제의 웃음여행이 시작된다. 386쪽, 1만5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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