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사시 동기, 13대 정치입문도 같아…55년 정치인생 마감
"'끝이 좋아야 진정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맞다면 55년 동안 진행돼 온 맞수 간 팽팽한 대결은 박상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승리로 마무리된 듯하다."
9일 나란히 정치권을 떠난 박희태(74) 국회의장과 박상천(74)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55년 인연'을 두고 정치권에서 하는 말이다.
박 의장은 이날 '돈 봉투' 파문의 책임을 지고 국회의장직 사퇴를 선언한 반면 박 의원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며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영원한 맞수'의 말로가 엇갈렸다.
박 의원은 "새 시대를 맡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결단"(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이라는 박수를 받았지만 박 의장은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갈 것이니 모두 나의 책임으로 돌려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사퇴문을 직접 읽지도 못하고 대변인에게 대독시킨 뒤 국회의장실을 떠났다.
두 원로 거물정치인의 인연은 지난 1957년 서울대 법대 신입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의장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경남고를 졸업했고, 박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광주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진학, 이후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걸었다.
정치에 입문(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고등고시 합격(1961년)-육군 법무관 복무(1962년)-검찰 생활'로 이어지는 똑같은 삶을 살았다.
정치 입문 초기 두 사람의 인연을 눈여겨본 언론인들을 향해 박 의장이 "마누라만 빼고 우리는 똑같소"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두 사람은 정계 진출 이후 영'호남 지역정당의 핵심 당직자 역할을 소화하며 다른 편에서 같은 길을 걸었다. 비슷한 시기 대변인과 원내총무를 지내면서 여야의 대표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의장은 '은유와 비유의 부드러운 정치력'으로, 박 의원은 '직설적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정치행보'로 서로를 겨냥하기도 했다.
지난 1993년(박 의장) 김영삼 정부와 1998년(박 의원) 김대중 정부에서 각각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닯은꼴임을 입증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이어오던 두 정치인은 9일 나란히 한국 정치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조례 청탁' 김만배, 대법서 무죄 확정
"전작권 전환, 초기 비용만 35조원"…국힘 '정부 국방정책 점검 토론회'
특검 압수수색에 권성동 "야당 탄압"…野 "국회의장 메시지 내라"
'전한길 입당' 지적에 신동욱 "민주당도 김어준과 얘기, 친북도 품어"
李 대통령 굳건한 지지율 이유 1위는 '경제·민생'…국힘은 19%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