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은 딴판… 울며 떠난 박희태, 박수 받는 박상천

입력 2012-02-10 10:30:16

서울법대·사시 동기, 13대 정치입문도 같아…55년 정치인생 마감

"'끝이 좋아야 진정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맞다면 55년 동안 진행돼 온 맞수 간 팽팽한 대결은 박상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승리로 마무리된 듯하다."

9일 나란히 정치권을 떠난 박희태(74) 국회의장과 박상천(74)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55년 인연'을 두고 정치권에서 하는 말이다.

박 의장은 이날 '돈 봉투' 파문의 책임을 지고 국회의장직 사퇴를 선언한 반면 박 의원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며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영원한 맞수'의 말로가 엇갈렸다.

박 의원은 "새 시대를 맡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결단"(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이라는 박수를 받았지만 박 의장은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갈 것이니 모두 나의 책임으로 돌려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사퇴문을 직접 읽지도 못하고 대변인에게 대독시킨 뒤 국회의장실을 떠났다.

두 원로 거물정치인의 인연은 지난 1957년 서울대 법대 신입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의장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경남고를 졸업했고, 박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광주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진학, 이후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걸었다.

정치에 입문(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고등고시 합격(1961년)-육군 법무관 복무(1962년)-검찰 생활'로 이어지는 똑같은 삶을 살았다.

정치 입문 초기 두 사람의 인연을 눈여겨본 언론인들을 향해 박 의장이 "마누라만 빼고 우리는 똑같소"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두 사람은 정계 진출 이후 영'호남 지역정당의 핵심 당직자 역할을 소화하며 다른 편에서 같은 길을 걸었다. 비슷한 시기 대변인과 원내총무를 지내면서 여야의 대표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의장은 '은유와 비유의 부드러운 정치력'으로, 박 의원은 '직설적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정치행보'로 서로를 겨냥하기도 했다.

지난 1993년(박 의장) 김영삼 정부와 1998년(박 의원) 김대중 정부에서 각각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닯은꼴임을 입증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이어오던 두 정치인은 9일 나란히 한국 정치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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