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자연과학고 재학 故 김재수 씨
'60여 년 만에 받는 고교 졸업장.'
9일 졸업식이 열린 대구자연과학고에서 한 중년 남성이 졸업장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김성호(49) 씨의 큰아버지인 고 김재수 씨는 대구자연과학고(당시 대구농림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0년 6'25전쟁을 맞았다. 국군이 낙동강 전투에 사활을 걸던 즈음 학도의용군으로 자원입대했다 전사하는 바람에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이날 졸업장을 대신 받은 조카 김 씨는 "이제 큰아버지가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졸업장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큰아들을 찾다 지쳐 북한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했을 뿐 끝내 종적을 모른 채 눈을 감아야 했다. 김 씨에게 남은 것이라곤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은 기억과 교복을 입은 큰아버지의 빛바랜 흑백 사진뿐이었다.
김 씨는 "작은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큰아버지는 동네 청년들 몇 명을 이끌고 앞장서 자원입대하셨다"며 "안강 전투와 가산 전투에 참전한 뒤 포로가 됐고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큰아버지의 생사를 알게 된 것은 4년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립현충원 홈페이지에 큰아버지의 군번으로 검색해 보니 전사자로 확인됐다. 현충원의 전사자 비석에 새겨진 이름도 확인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에서도 사망했을 것이라는 얘기뿐, 더 이상 자세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큰아버지의 행적을 좀 더 알고 싶었던 김 씨는 지난해 10월 대구자연과학고로 찾아갔으나 학적부엔 이름이 없었다. 며칠이 걸려 각종 서류를 뒤진 끝에 비로소 큰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했다. 전'퇴학자 학적부에 김 씨 큰아버지의 인적사항, 성적 등과 함께 '국군 입대'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 이후 학교 측은 김 씨의 얘기를 듣고 기꺼이 명예졸업장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씨는 "현충일만 되면 큰아들 생각에 눈물지으시던 할머니가 자꾸 생각난다"며 "큰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후세들이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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