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백일장] 작은 길이 여유롭다/나의 며느리/생각 나무/입춘

입력 2012-02-10 07:33:58

♥수필1-작은 길이 여유롭다

운전을 하다 보면 누구든 넓고 편한 길 또는 막히지 않고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길을 택하기 마련이다. 이 선택은 더 좋은 것 더 빠른 길을 선호하는 보통 사람들의 당연한 심리다.

그런 보통 사람들의 심리에 반기를 든 듯 언제부터인가 난 좁은 지방도를 즐겨 달린다. 작은 길을 가다보면 참으로 볼 것도 많고 느끼는 것이 많아 한결 여유롭고 느긋하다. 내가 이 작은 길을 택한 것은 넓은 도로가 무서운 초보 운전자의 소심한 성격 때문이다. 경주하듯 질주하는 차량들은 나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규정 속도를 지키는 차량이 나 외엔 없어 보인다. 법규를 지키는 내가 이상한 듯 클랙슨을 요란하게 울리거나 아슬아슬하게 S자를 그리며 앞을 가로질러 가는 성질 급한 차들을 보면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사고를 염두에 두다 보니 더 이상 넓은 도로를 갈 수가 없어 작은 길로 들어섰다. 지방도는 국도에 비해 노폭이 좁고 곳곳엔 팬 곳도 있어 주의를 요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했다. 앞만 보고 빨리 달리지 않아도 좋고 쉬고 싶을 땐 잠시 차를 세워놓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고 길가에 핀 들꽃에 시선을 두어서 좋다. 가끔은 도로 상점 앞에서 자판기 커피를 애용하는 맛은 일품이다.

차를 운전할 때면 운전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이란 목적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주변에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고 알아도 눈에 넣을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다. 옆을 돌아보다 보면 자칫 기회를 놓치거나 늦어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쉴 수도 늦출 수도 없는 길을 가야 한다. 자연히 가족 친구 이웃과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목적지에 이르러 돌아온 길을 돌아보면 머릿속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 공허감을 느낄 즈음이면 모든 것은 다 지나가 버린 뒤다. '빨리빨리' 또는 '높이높이'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만고의 진리를 한 번쯤 돌아보며 사는 삶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이영숙(영주시 휴천2동)

♥수필2-나의 며느리

처음 시집 식구에게 얼굴을 내민 어려움에 연신 콧등에 땀을 훔치던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직 뺨에 솜털이 송송, 허리는 개미. 저 허리로 손자를 볼 수 있으려나 가슴도 졸였단다. 그러나 예측을 뒤엎고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선물한 너의 장한 모습에 면류관이 아깝지 않았지. 그래 고맙다.

시집온 그날부터 층층시하에, 또 그렇게 쉽지도 만만치도 않는 시어머니 눈 밖에 나지도 않았지. 그동안 작고 큰 바람도 있었구나. 흐트러짐 없이 고요히 슬기롭게 잘 넘겨주었지.

힘들고 어려움도 많이 있었으리라. 때로는 남몰래 훔친 눈물도 아픔을 토하지 않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너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구나. 대견하다. 여자는 제자리에 설 줄 아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단다.

부모 섬기고 남편 사랑하고 애들 잘 키우고 비할 수 없는 예쁜 모습이 참으로 좋다. 진홍빛 수놓은 너의 한결같은 고운 마음도 고맙다.

가시밭 여정은 아직도 끝이 없는데 지금의 마음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을 엄마는 믿는다. 너를 우리 집으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나의 사랑하는 며느리 우리 집의 소중한 보배. 해숙아, 사랑한다. 며느리가 우리 집 식구가 된 지 16년 되는 임진년에 엄마가.

이금란(대구 동구 불로동)

♥시1-생각 나무

겨울이 되면 생각 나무가 꿈을 꾼다.

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오만가지 생각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

삼차원의 세계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간다.

봄이 되면 생각 나무에서

제멋대로 가지가 뻗어 나온다.

봄 햇살에 노곤한 행복이 잦아들 땐

무성한 가지에 짓눌려지기도 한다.

이제 뭉텅뭉텅 가지치기를 해야 될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싹둑싹둑 잘라버리지는 말자.

한 가지만 높이 키울 수도 있고

여러 갈래로 키워 바람을 가둘 수도 있다.

지금은 생각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마음 밭에 거름을 묻어두자.

그리고 정성들여 마음을 비옥하게 만들어 두자.

새봄에 파릇이 돋아날 새싹을 위해

허이주(대구 달서구 성지로)

♥시2-입춘(立春)

남국(南國)으로부터 전보가 온다.

봄이 출발했다고,

꽃 맞을 준비를 하란다.

그래

꽃 맞을 준비를 하자.

꽃이 핀다는 것은

환희요,

광명이요,

기쁨인 것을!

꽃이 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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