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졸업식 일탈행위 단속…"감시 눈길 짜증" "차분해져 좋아"

입력 2012-02-09 10:57:12

졸업시즌을 맞아 경찰이 대구의 한 고교 졸업식장 주변을 순찰하며
졸업시즌을 맞아 경찰이 대구의 한 고교 졸업식장 주변을 순찰하며 '알몸 뒤풀이' 등 청소년들의 일탈행동을 막기 위한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8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의 한 고등학교. 정문 경비실에서 경찰 4명이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2명씩 조를 이룬 전'의경들은 강당 주변을 반복해서 순찰했다. 졸업생 700여 명과 가족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졸업식장과 주변 곳곳에서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쯤 각종 시상과 교가 제창 등이 지나고 졸업식이 끝나자 20여 분 만에 인파가 모두 빠져나가 학교 안은 텅텅 비었다. 경찰과 학교 관계자 몇 명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예전처럼 학교 안을 돌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지금껏 생활했던 교실을 구경하는 졸업생과 가족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학부모는 "경찰이 군데군데 서 있으니 기념사진 배경이 삭막해질 것 같아 졸업식을 마치자마자 아들과 곧장 학교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졸업식 시즌이 시작되면서 경찰이 졸업식과 뒤풀이 현장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알몸 뒤풀이' '교복 찢기' '밀가루 뿌리기' 등 졸업생들의 일탈행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졸업식이 열린 대구 지역 20여 곳의 중'고교 분위기도 차분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이 8일부터 10일까지 졸업식이 열리는 지역 중'고교에 경찰을 집중 배치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졸업식 뒤풀이 명목으로 돈을 빼앗는 행위, 몸에 밀가루나 달걀을 던지는 행위, 옷을 벗기거나 찢는 행위,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알몸을 촬영하고 배포하는 행위 등은 처벌 대상이다.

경찰의 단속에 졸업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졸업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김모(19) 군은 "이전처럼 밀가루와 달걀을 준비해 온 것도 아닌데 억울하게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 부모님과 친척들도 있는데 설마 밀가루 범벅 놀이를 하겠느냐. 같은 반 친구들끼리 가벼운 장난을 쳐도 경찰에게 괜한 트집을 잡힐까 봐 사진도 찍지 않고 급히 졸업식장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장모(19) 군은 "요즘 또래들은 패션과 외모에 크게 신경 쓴다. TV 드라마와 인터넷 쇼핑몰, 웹툰의 영향이다. 교복 대신 새로 산 정장을 입고 온 학생들이 여럿 보이지 않느냐. 졸업식 때 교복을 찢는 것은 지나간 유행이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경찰의 단속 취지에 공감했다. 고3 외동딸의 졸업식을 찾은 박모(50) 씨는 "이전에 신문기사를 통해 옷이 마구 찢긴 채로 시내를 누비던 여학생의 모습을 보며 내 딸도 졸업할 때 그러지 않을까 걱정했다. 차분한 졸업식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반면 단 한 번뿐인 졸업식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학부모도 있었다. 김동우(54'북구 조야동) 씨는 "학교 안에서만큼은 졸업생과 가족이 자유롭게 졸업식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1980년대 졸업식 때도 경찰이 졸업식장에 와서 빤히 지켜보는 일은 없었다. 차라리 졸업생들이 일탈행위를 벌일 소지가 많은 도심이나 유흥가에 경찰을 배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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