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마다 따로 베팅
대구지검 수사에서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를 통해 수익을 챙기기 위한 프로배구 승부 조작 사건이 드러나자 대부분의 배구 관계자들은 "배구에서 어떻게 승부 조작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이들은 "서브 리시브가 좋지 않거나 토스가 이상한 세터, 공격 범실이 많은 공격수는 바로 교체해버린다. 코트 안 모든 선수들이 미리 짜지 않는 한 어떻게 승부 조작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실제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서 배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승부를 예측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게 배구 관계자와 업계의 의견이다. 한 경기의 세트별 스코어와 점수 차 등을 맞혀야 하는 공식 배구토토는 한 팀의 선수들을 여러 명 포섭하지 않고는 승부 조작이 어렵다는 것.
8일 시내 한 복권방에서 만난 스포츠토토 경력이 10년이라는 한 시민은 "배구는 농구나 야구 등 다른 종목에 비해 맞혀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는 공식 토토와 달리 여러 게임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방식의 '돈 걸기'를 할 수 있다. 프로배구 승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첫 실책'첫 득점'첫 서브 득점 등을 한 선수 맞히기, 양팀 총득점 기준(예 45점)을 정해 하이(high)'로(1ow) 맞히기 등 다양한 게임을 설계해 승부 조작을 통해 수익금을 나눠 가졌다"고 밝혔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배구와 연관된 도박 게임 유형은 다양하다. 가령 ▷세트 선취점(세트마다 어떤 팀이 선취점을 먼저 내느냐) ▷서브 득점(세트마다 어떤 팀이 서브 득점을 많이 하느냐) ▷스파이크(세트마다 어떤 팀이 많은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느냐) ▷세트 선취점 선수 맞히기(세트마다 어떤 선수가 선취점을 내느냐) ▷세트 마무리 선수 맞히기(세트마다 어떤 선수가 세트를 마무리하느냐) ▷5점'10점'15점 선수 맞히기(세트마다 5점 단위로 끊어지는 점수를 내는 선수 맞히기) 등의 방식으로 거액의 돈이 오간다.
한 사설 도박꾼은 "배구는 세트마다 따로 베팅이 가능해서 사설 도박꾼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며 "만일 승부 조작을 통해 도박 게임에서 이기려고 생각한다면 배구는 많은 선수가 필요한 게 아니라 특정 선수 몇 명만 유혹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폐해가 엄청나다는 판단에 따라 불법 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불법 사이트를 설계'제작해 유통시킨 사람(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도 처벌토록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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