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도시를 살린다] 7)'문화도시 대구' 추진 상황은

입력 2012-02-09 07:22:43

인프라·콘텐츠, 괄목 성장세… '고부가' 날개다는 일만 남았다

대구는 그동안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면에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치창조적 생산기반을 더욱 공공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G 문화창작발전소
대구는 그동안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면에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치창조적 생산기반을 더욱 공공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G 문화창작발전소

대구가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나선 지 어느덧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외형적으로 풍부한 문화시설과 차별화된 문화예술 관련 이벤트뿐만 아니라, 이러한 외형적 요소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 시민이 문화에 대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매력'(charming)과 '느낌'(feeling)을 주고 '즐거움'(enjoying)까지 제공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풍부한 도시가 진정한 문화도시인 셈이다.

문화는 또한 도시경쟁력의 핵심요소이다. 산업사회와 정보화시대가 가고, 감성과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문화와 창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 지역의 경쟁력은 문화적 지수에 따라 결정되고 평가된다. 결국 현대적 의미의 문화도시는 시민이 창조적 주체로서 능동적 참여를 통해 삶의 품격을 높이는 동시에 문화와 산업의 통섭을 바탕으로 도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나날이 경제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대구로서는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화는 경제적 환경 변화에 민감한 분야인 만큼 경제생활에 대한 위기는 문화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또다시 문화시장의 탄력성을 저해함으로써 빈곤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은 "한국은 문화적 이미지가 너무 약해 1997년 IMF 금융위기를 악화시켰다"고 간파했다. 대구의 위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문화도시 대구로 가는 길을 중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문화예술분야=도심 문화인프라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대구 근대문화의 산실 역할을 해왔던 시민회관은 공회당식 공연장에서 콘서트 전문 홀로 리모델링 중이다. 2013년 중순 오픈, 오페라하우스와 적절한 공간적 관계가 설정될 경우 주변 낙후지역까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중공연은 시설을 확장한 엑스코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KT&G 담배제조창이 담고 있는 산업화 시대의 기억들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한 문화창작발전소도 관심거리이다. 실험적 창조적 예술이 퓨전적 형태로 표출되는 창조발전소가 주변의 창작교류센터 및 시민과 예술가들이 만나는 생활예술공간과 결합되면 도심 변화의 새로운 핵심공간이 될 것이다.

중앙로 향촌동 입구 옛 상업은행 빌딩은 전후 문화체험 공간과 문학관으로 거듭난다. 전후문화재현관에는 대구 도심의 역사적 정체성과 각종 스토리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추가되고, 대구문학관은 대구문인들의 역사를 보존하는 장소이면서 교육'전시'체험의 공간으로 탄생한다. 또한 범어네거리 지하상가 72개 공간(각각 8~10평) 중 33개 공간이 예술의 거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의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중성 확보와 시민 에너지 결집을 위해 뮤지컬을 앞세워 추진된 공연문화도시 프로젝트는 서울기획사 투어공연 형식에서 지역 기획사 제작 형식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360억원대의 안정적 시장기반을 마련했다. 지역극단에서 만든 '만화방 미숙이'는 대구 뮤지컬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국제오페라축제는 국제협력 시스템 구축 및 오페라 마니아층의 확대라는 성과를 낳았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젊은이들이 찾아들어 새로운 문화 모드가 발생하고 그 이미지를 세계로 열어가는 장치들이 필요하다"면서 "올해부터 중앙로와 동성로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적 실험들이 이루어져 미래 대구의 타임스퀘어 같은 공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산업분야=문화예술 분야에서 공연예술이 대구의 대표선수라면, 문화산업분야에서는 게임과 모바일콘텐츠가 대표선수이다.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내 문화산업클러스터에서는 42개 업체가 연 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하고 있다. KOG, 라온엔터테인먼트, 민커뮤니케이션, 류엔소프트 등은 게임콘텐츠 관련 중견업체로 발전했다.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게임업체가 이처럼 성장'발전한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는 2001년부터 전국 최초의 게임축제인 'e-fun'을 개최하였으며, 2005년부터는 대구게임아카데미를 운영해 신규인력 공급과 재직자 교육을 강화했다.

또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 TV용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 최초의 스마트콘텐츠 국가지원기관인 '스마트콘텐츠 상용화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중구 공평동 IDEA PARK에는 앱창작터와 앱테스트베드를 유치해 스마트콘텐츠 개발 교육 및 창업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연간 250명의 관련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공연예술과 CT(문화기술)의 융합도 시도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를 신 한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무대와 의상, 조명에 CT를 접목하여 작품성과 흥행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향후 공연예술종합학교뿐만 아니라 공연아카데미 같은 기관을 설립해 배우는 물론 창작, 연출, 무대 인력 등 전 분야에 걸쳐 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산업의 원천이 되는 스토리의 생산을 촉진하고 산업화를 돕기 위해 남대구 인터체인지 인근에 인쇄출판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 설립될 출판산업지원센터에는 작가들의 거주지와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고, 스토리창작센터와 IT(정보기술)'CT(문화기술) 융합형 전자출판공동제작센터 등도 유치할 계획이다. 홍성주 대구시 문화산업과장은 "또 지역 인쇄업체들의 유기적 협업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 "대구 문화산업의 생산적 기반 구축과 산출물을 활용한 확대 반복 개발이 가능한 사이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팩토리가 필요합니다. 국내 문화산업 시장은 협소하고 서울'수도권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어 내수시장을 성장기반으로 삼기보다 해외시장 진출을 중요한 생존전략으로 삼아야 합니다."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문화팀장은 "콘텐츠 팩토리를 통해 해외업체와의 협력강화를 이루고 해외시장 지향의 상품개발이 가능하며, 생산 결과물의 글로벌 시장 판매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문화정책의 중심은 포괄적 의미의 시설 확충 단계에 불과해 시설별 특성화'유형화 등 시설의 구체적 내부 역량 강화 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예술에 관한 전반적인 자료들이 데이트베이스화 되어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지역 문화시장 수요변화 예측을 위한 통계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협력체계상 네트워크에도 적잖은 문제점이 남아있다. 문화예술이 자생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지원과 매표 수익금 이외에 메세나 운동 등을 통한 기업 스폰서십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각종 세제혜택이나 도시계획 상의 인센티브 제공 등 기업 스스로 문화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학계와 문화예술 현장과의 괴리도 심각하다. 산학 간의 지속적인 연계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대학 출신들이 지역문화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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