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당명 의총' 싱겁게 통과

입력 2012-02-08 08:32:14

박 위원장 의지 확인 비토 발언들 쑥 들어가

현존하는 최장수 당명이었던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데 현역 국회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며 급하게 열린 '당명 의총'은 예상을 깨고 싱겁게 끝났다. 쇄신파는 당명 결정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만으로 진행됐다고 푸념했지만 새 당명에 대해서는 좋다, 싫다 말을 않았다. 하지만 의총 소집 직전 새 당명 로고와 당 상징색깔을 발표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은 도마에 올랐다.

◆당명 의총은 추인하는 자리?

긴급 의총 소집을 요구한 유승민 의원은 공개 발언에서 "당명에 당의 가치와 정체성이 없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고 풍자나 패러디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총선 이후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보수가 대연합할 가능성이 있는데 총선 이후에도 당명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명 개정에 반대한 의원은 유 의원뿐이었다.

당명 개정에 반대 여론을 모았던 쇄신파는 입장을 바꿔 수용 입장으로 선회했다. 남경필 의원은 "새 당명을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 과정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일부는 "당의 정체성은 앞으로 만들어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새 당명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장외' 발언에서 쏟아졌던 질타와 달리 의총장 발언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은 박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어떤 이름을 내놓아도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사랑하고 쓰다 보면 정도 들고 친근해진다"는 이야기를 박 위원장이 모두에 한 것이다. 비대위가 결정한 대로 가자는 분위기가 그때부터 조성됐다. 다만 당의 로고와 상징색에 대해서는 진보신당과 같고, 또 빨간색에 대한 거부가 있다는 몇몇 의견이 개진됐다. 현재 네티즌 사이에서는 새 로고를 목욕탕 표시나, 화장실 변기, 새둥지 등으로 패러디한 것이 전파되고 있다.

앞서 정몽준 전 대표는 의총이 열리기 전 보도자료를 내 "인적 쇄신이나 정책 쇄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내 민주화인데 공천을 무기로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현 공천심사 구조가 2008년 공천 학살 때와 너무 유사해 걱정"이라고 밝혔다.

◆의총 직전 새 로고 발표

오후 2시 30분 예정된 '당명 의총' 2시간 전에 새누리당은 '새누리당 로고 및 심벌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정치부 기자들에게 보냈다. 의총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로고가 발표되자 확정안인지 아닌지 확인하느라 점심시간이 분주해졌다. 박 비대위원장이 결과를 미리 내놓고 형식적으로 의총을 연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현역 의원들의 의견 수렴 의지가 없다는 푸념도 새나왔다.

이에 황영철 대변인은 비대위 전체회의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에선 로고를 통과된 것으로 하고, 의총에선 의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고 발표했지만, 비대위 전체회의 직전부터 "당 로고와 상징색이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의 입을 통해 전파됐다. 당은 '대국민 새당명 풀이,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란 책자도 완료한 상태였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