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브랜드 벤치마킹, 성분 비슷한 로드숍 인기…일부선 대놓고 비교 광고
"가격도 품질도 착한 '저렴이' 화장품."
직장인 손정인(29'여) 씨는 지난 3년간 한 명품화장품 에센스를 사용했다. 손 씨가 150㎖에 15만원이 훌쩍 넘는 이 화장품을 처음 사용한 것은 TV 광고를 보고서다. 하지만 최근 손 씨는 로드샵의 에센스를 구매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가격은 4분의 1 수준이지만 성능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손 씨는 "유명 연예인이 좋다는 광고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당연히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처음 쓰기 시작했다"며 "몇 년간 쓰다 보니 돈이 아까웠는데 성분이 비슷하지만 저렴한 화장품이 나와서 앞으로는 이 제품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품브랜드 화장품과 성분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 이하인 일명 '저렴이'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국산 중저가 화장품의 매출은 1조1천700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무려 32%나 상승했다. 중저가 화장품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저렴이 버전'이라는 말이 등장한 이후다. 직접 사용해 본 소비자들이 고가의 화장품과 비슷한 성능을 가졌지만 가격은 저렴한 화장품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다.
지난해에는 '겟잇뷰티'라는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브랜드를 가리고 테스트를 한 결과 명품브랜드 제품을 제치고 저가 화장품들이 상위 순위를 차지하면서 저렴이 화장품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저렴이 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화장품 업체들은 줄지어 명품브랜드 화장품을 벤치마킹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로드샵을 중심으로 인기 화장품과 비슷한 성분에 흡사한 패키지의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거론하면서 해당 화장품과 비교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로드샵 브랜드 미샤의 경우 명품브랜드 SKⅡ와 에스티로더의 특정 제품을 벤치마칭한 화장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와 자사의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를 놓고 소비자에게 비교 품평을 해달라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명품브랜드 화장품 가격 인상도 저렴이 화장품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랑콤, 라프레리가 4~10% 인상을 발표했고 키엘, 비오템도 2~10% 가격을 올린다. 3월에는 에스티로더, 맥, 랩시리즈 등도 2~14% 인상될 예정이다. 국내 화장품도 오휘, 숨, 후 등이 3~8% 가격을 인상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파워블로거나 커뮤니티 회원들이 직접 비교해 본 게시물들을 올리고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도 저렴이 화장품을 소개하면서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당분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인위적인 비교 마케팅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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