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기나긴 하루

입력 2012-02-04 07:31:56

기나긴 하루/박완서 지음/문학동네 펴냄

박완서 1주기를 맞아 작품집 '기나긴 하루'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박완서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묶어낸 2007년 '친절한 복희씨'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과 김윤식, 신경숙, 김애란이 추천한 작품 등 총 6작품이 실려 있다. 2008년작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와 2009년작 '빨갱이 바이러스', 생전의 마지막 작품이 된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와 함께 1975년작 '카메라와 워커', 1993년작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1974년작 '닮은 방들'이 포함되었다. 뒤의 세 편은 평론가 김윤식과 소설가 신경숙, 김애란이 그의 중단편 가운데 한 편씩 추천했다.

박완서의 마지막 작품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자전적으로 읽혀진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남편과 아들을 석 달 간격으로 잃으며 괴로워했던 작가의 삶이 겹쳐진다. 작가는 고향인 경기도 개풍군 박적골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서울로 이사와 오빠와 숙부를 앗아간 전쟁을 만난다. 마흔 살에 사적인 경험을 우려낸 작품 '나목'으로 등단하고 순탄한 작가생활을 했다.

신경숙은 그를 두고 "제게 샛별이었다가 북극성이었다가 전갈이었다가, '박완서'라는 별로 제 하늘에 떠 있다"고 고백했다. 박완서라는 별이 주는 빛은 일주기가 되어도 여전히 우리의 상처를 고요하게 어루만져준다. 신형철은 고인의 마지막 소설집에 부쳐 "이 나라 소설사에서 가장 빛나는 성채 하나가 끝 모를 높이로 솟아 있는 장면"이라고 말한다. '원로 작가' 한 분이 아니라, 당대의 가장 '젊은 작가 '하나를 잃은 우리의 슬픔은 이쯤에 묻어둔다. 292쪽, 1만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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