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모도 좋지만 의원들 의견 묻지 않아…당 안팎 냉소적 반응
현존하는 최장수 당명을 벗고 '새누리당'이라는 새 간판을 입은 집권 여당이 당분간 당 안팎의 냉소적인 분위기를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공모를 거쳐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하고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하는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당원들과 당 사무처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티즌의 조롱도 이어지고 있다.
◆비대위 결정이면 모든 절차는 끝?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새 당명으로 '새누리당'을 의결했다. 13일 전국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하면 당명 개정 절차는 끝난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전국위 의결은 안 됐지만 오늘부터 새누리당으로 쓴다. 그렇게 써달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새로운 대한민국,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갈등을 넘어 국민이 화합하고 하나 되는 새 세상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황 대변인은 덧붙였다. 당명 개정 실무를 담당했던 카피라이터 출신 조동원 당 홍보기획본부장이 새누리당을 강력하게 민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도 여기에 힘을 보태 비대위원들의 반대를 잠재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4년 3개월을 쓴 당명을 바꾸는 데 대해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 공모도 좋지만 새롭게 불릴 새 이름을 쓰는데 의원총회라도 소집해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일 유승민 전 최고위원은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유 의원은 3일 "정당의 이름은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민주당, 자유당, 공화당 같이 당의 정체성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과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당명은 당원과 우리 모두의 이름인 만큼 이렇게 중요한 문제는 의총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직 지도부의 요청인 만큼 황 원내대표도 이 같은 뜻을 당 비대위에 공식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처 직원들의 심사도 불편하다. 한 하위 당직자는 "우리집 간판을 바꿔다는데 우리도 말할 자격과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런데 우리들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많이 섭섭하다"고 했다.
◆'새누리' 십자포화 맞고 있다
이날 김종인 비대위원은 "새 당명에 '국민'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고, 조현정 비대위원은 "새누리라는 이름에 힘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특정 교회 이름과 비슷해 종교적 냄새가 난다"고 했고, 일부는 "강아지 이름 같다"는 말도 꺼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이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일을 잘해서) 이름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자르면서 결정됐다.
인터넷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을 두고 그야말로 '난리'다. 새 마음으로 다시 해먹는 새누리당, 헌누리, 철새들이 누리는 당, 누리꾼들이 새냐?, 무엇을 더 누리겠다는 뜻인가 등등 악평에서부터 일부는 한나라당 로고에 '앵그리버드' 게임의 '새 캐릭터'를 합성해 추천하기도 했다.
새로누리겠당, 다누렸당, 새누더기당, 새대가리당, 새부리당, 세뇨리땅 등 패러디도 쏟아졌다. 새누리당의 영어표기를 두고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정치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 빗대 새누리당의 이니셜로 SNL당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수논객인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이념 전장(戰場)인 한반도에서 이념전쟁을 수행해야 할 정당은 지향하는 가치를 정직하게 당명(黨名)에 담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무슨 이념을 담는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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