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둥지 오자마자 '터줏대감'…올해 8강 목표에 보탬되야죠
대구FC에 가장 늦게 합류하고도 마치 제일 오래 있었던 터줏대감처럼 행동하는 선수가 있다. 공격수 이진호(28)다. 얼마나 스스럼없고 활달한지 대구FC에 오자마자 적응을 끝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는 "대구FC에 적응하고 훈련하는데 어려운 점이 전혀 없다. 원래 있던 팀 같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이진호는 실력도 인정받는다. 그는 대구FC가 올해 공격력 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선수다. 2002년 울산 현대에 입단해 10년 동안 울산에서만 뛴 이진호는 최근 몇 년간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등 힘든 시간을 겪다 새로 시작할 기회를 대구FC에서 잡았다.
이진호는 "지난달 9일 오후 늦게 이적 확정 연락을 받고 바로 짐을 챙겨 10일 울산 구단에 인사하고 곧바로 대구FC 브라질 전지훈련행 비행기를 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프로 선수는 돈을 받는 '상품'이기 때문에 어느 팀에 가든 그에 맞는 값어치를 해야 한다. 가고 싶은 팀에 가는 것도 좋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팀에 가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서로 낯설 법도 한데 전지훈련 현지에서 처음 만난 브라질 선수들과도 허물이 없다. 특히 공격진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싸워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 상대지만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는 10년 전 브라질 축구 유학 당시 습득했던 유창한 포르투갈어도 한몫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나한테 어시스트할 때마다 브라질 돈으로 50헤알(3만3천원 상당)을 주겠다'고 했다"며 "농담이지만 처음엔 10헤알이라고 했더니 브라질 선수들이 너무 적다고 해 50헤알로 높였고, 나중엔 맛있는 한국 밥 사달라고 해 그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진호는 바깥에서 보는 대구FC는 훨씬 좋은 팀이라고 했다. 보통 대구FC를 '약팀' '반드시 잡아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맞부딪쳐보면 정말 열심히 뛰어 미드필드와 수비가 굉장히 귀찮은, 상대하기 힘든 팀이라는 것. 그는 "직접 와서 함께해 보니 부지런하고 능력 있는 선수들 간에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생각보다 더 괜찮은 팀인 것을 느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많이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분위기 좋은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게 행운이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진호는 대구FC의 목표인 '8강 진입'을 자신했다. 그는 "8강 진입은 무조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고, 더 잘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이적 첫 해인 만큼 부상 없이 감독님 잘 따라가며 공격 포인트 욕심보다는 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을 예쁘게 잘 차거나 센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비를 귀찮게 하고,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가 다른 선수들에게 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잘한다. 타깃 스트라이커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팀에서 '진호가 와서 대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구나'하는 얘기를 꼭 듣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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