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역사 고스란히…커피향 그윽한 북성로 미술관

입력 2012-02-02 07:16:15

옛 철물 공구점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든 삼덕상회. 대구 중구 도시 만들기 지원센터가 진행한
옛 철물 공구점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든 삼덕상회. 대구 중구 도시 만들기 지원센터가 진행한 '북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을 계기로 오래된 일본 적산가옥이 카페로 변신했다.
카페 삼덕상회에서 16일까지
카페 삼덕상회에서 16일까지 '북성로에 용, 날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카페 삼덕상회 주인 최지애 씨
카페 삼덕상회 주인 최지애 씨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 한가운데, 작은 카페가 들어섰다. 마치 일본 어느 작은 마을에서 발견한 카페 같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윽한 커피 향이 난다. 일본 적산가옥을 리노베이션한 카페 '삼덕상회'다.

보통의 카페처럼 편리하거나 안락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는 시간의 향기가 난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추워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80년 이상 북성로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철물점 삼덕상회 마지막 주인인 고 김성운 씨의 선친이 철원상회라는 이름으로 1950년대 공구 철물점을 열었고, 김 씨가 삼덕상회 상호로 철사, 와이어, 로프 등을 취급했다. 이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듯 카페 삼덕상회 출입문 위에는 '철원상회'라고 찍힌 낡은 이름표가 달려 있다.

카페 삼덕상회는 중구 도시 만들기 지원센터가 2011년 사업으로 '북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사업을 진행했던 결과물이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근대 건축물의 원형을 복원하겠다는 취지로, 비어있는 북성로의 시대건축물 몇 곳을 선정해 설계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삼덕상회, 이기붕 부통령 박마리아 옛집, 구 야마구치 도예점, 구 꽃자리 다방 등 네 곳의 설계가 완성됐다.

이 가운데 '삼덕상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옛 공구 철물점에 카페가 들어선 것. 카페 주인장은 근대건축 전공자 최지애 씨. 그는 사비를 털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건축물을 리모델링했다. 건물을 임차해 카페 문을 연 최 씨는 "최소 193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이만큼 원형을 가진 공간이 드물다"고 말했다.

"적산가옥이라고 하면 일본 사람들이 살았던 집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일본인들이 산 시간은 10~20년에 불과하고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방식으로 고쳐가며 살았거든요. 우리식으로 변형된 이 집의 모습이 너무도 매력적이었죠."

북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전체 코디네이터는 김주야 대구시 문화재전문위원이 맡았고, 카페 삼덕상회 설계는 도현학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가 담당했다.

삼덕상회는 구조적 원형을 '복원'하는 개념으로 원형에 가깝게 살려나갔다. 그 결과 1층 안방이던 공간은 카페 주방으로 거듭났고, 2층 다다미방은 세미나실로 꾸며졌다. 알음알음으로 인문학 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북성로 상인들도 젊은 사람이 들어온 것이 반가워 종종 찾아온다.

삼덕상회 카페 벽면을 활용해 '북성로에 용, 날다' 전시가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대구의 재발견팀과 (사)시간과 공간연구소가 주최가 되어 여는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20여 명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획을 맡은 천광호 중구미술인협회 회장은 "미술가, 건축가 등이 북성로 번영을 기원하며 작품을 마련했다"면서 "이 길은 1909년 1월 7일 순종황제가 대구역에서 북성로를 지나 달성공원으로 행차한 만큼 황제의 상징인 용이 지나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라고 밝혔다.

카페 삼덕상회는 앞으로도 무료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010-3613-840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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