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들의 애환] <3>대리운전업법 제정 서둘러야

입력 2012-02-01 10:22:00

시민 음주 안전도우미 양성화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리운전업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음주 운전 도우미로 시민들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지만 전화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대리운전 사업주가 될 수 있을 만큼 제도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보 운전자도 대리운전기사로 채용되는 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를 두고 대리운전업계에서는 "대리운전 사업은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고 자조 섞인 말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 계류 중인 대리운전업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리운전법안 제정해야

대리운전기사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각종 사고 등 부작용이 속출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전무하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과 손숙미 의원이 2009년에 각각 '대리운전법안'을 발의했고, 앞서 2007년 송영길 인천시장(당시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대리운전 사업을 위해서는 법적인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하고, 대리운전기사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리운전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해당 기초단체에 등록해야 하고 ▷대리운전기사가 되려면 일정한 나이를 넘어야 하고, 또 3년 이상의 운전 경력과 대리운전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의 자격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사업자는 소속된 대리운전기사를 기초단체에 신고토록 했다. 대리운전기사가 되려면 대리운전자 신고필증, 보험 가입증명서가 필요하고 대리운전 사업자는 대리운전기사에게 부당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토해양위는 지금까지 진지한 논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의화 의원 측은 "대리운전 사업자에 대한 감독을 행정안전부가 할 것이지, 국토해양부가 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국토해양위에서 심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한 탓에 대리운전법안의 시급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숙미 의원 측은 "사업자와 대리기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일찌감치 제기됐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대리운전기사들의 자격요건 등을 법제화하면 현황 파악 등 관리는 쉽겠지만 현실적으로 생계형 대리운전자가 많은 상황에서 섣부른 법제화는 오히려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어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법제화' 통한 업계 정비 필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리운전업을 법으로 규제해야 고객들이 안전하게 대리운전을 이용할 수 있고, 대리운전기사도 정당한 직업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무분별한 대리운전 사업주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책임감과 운전 기술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교육 등 최소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데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호 한국대리운전협회 사무처장은 "대리운전기사의 85%와 대리운전 사업자의 60~70%가 법제화를 찬성하고 있다. 현재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업주나 기사들이 제도화를 통해 양지로 나와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고객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법제화에 소극적인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이고, 대리업계도 법제화를 위해 조직화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대구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 최원철 부위원장은 "전화번호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한 탓에 대구에서만 1천 개가량의 대리운전 사업주가 생길 정도로 시장이 혼탁하다"며 "무분별한 대리운전 사업자와 대리운전기사를 양산하는 현행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