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 여야 재벌개혁 경쟁 불붙다

입력 2012-01-30 10:41:27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고강도 재벌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기업의 급속한 성장과 무역 1조 달러 시대 달성에도 서민'중산층은 경제성장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성장해버린 재벌 때리기를 통해 표심을 붙잡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더 좌클릭한 민주통합당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의 경제는 재벌의 독점'독식'독주의 '3독 경제'"라고 비판하면서 "이제는 재벌과 중소기업, 재벌과 노동자, 재벌과 서민이 함께 잘사는 공생공존의 '3공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재벌 정책에 대해 "한국 경제의 독버섯이 돼버린 재벌의 독점'독식'독주의 3독을 풀기 위한 첫 번째 솔루션"이라며 "2월 말까지 한국경제의 희망 솔루션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전날 발표한 경제민주화 정책 공약은 ▷재벌세 도입 검토 ▷출자총액제한 규제 부활 ▷대기업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중소기업 진입장벽 강화를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보편적 복지', '부자 증세'와 함께 총선의 3대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뒤 필요한 입법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우선 재벌의 계열사 과다 보유에 따른 보유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재벌세'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인세법 등을 개정해 모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소득'으로 보고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골자이다. 지난해 연말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일명 '한국판 버핏세'가 개인 부자에 대한 과세 부담을 늘린 것이라면, '재벌세'는 대기업 부자 증세인 셈이다.

민주당은 폐지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도 추진하기로 했다. 출총제는 자산 10조원대 그룹에 속한 자산 2조원 이상 계열회사는 순자산의 40%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였지만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2009년 3월 폐지됐다.

아울러 대기업 총수의 2세, 3세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 처벌을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대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입제한 위반 시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두기로 했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빵집에서 철수한다고 재벌의 독식이 근절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재벌을 위한 로비 창구 역할을 주로 해온 전경련 해체를 재벌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변화는?

민주당이 선명성 경쟁에 나선 것은 한나라당의 최근 입장 변화와 맞물려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당 정강'정책의 전면에 내세우는 등 재벌 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차별화라는 시각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복지국가 건설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골자로 한 정강'정책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30일 비대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이날 비대위에서 의결된 안은 의원총회와 전국위에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전체 회의에서 "정강'정책 개정안을 기초로 해서 앞으로 우리 당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개정안은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의 나아갈 길이 국민행복에 있음을 명확히 했고, 아울러 보다 공정한 사회와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도 잘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앞으로 각종 경제 관련 정책에서 '공정'을 핵심가치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도 "경제를 공정한 시장으로 만들고 누구나 기회 앞에 평등한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앞서 출총제를 거론하며 "대주주의 사익 추구라든지 남용되는 점이 있어서 그 부분에 있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발하는 재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일 민주통합당의 재벌세 도입 논의와 관련해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막연히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에 대한 공격적 환경이 형성되는 것에 대해 경영계는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업의 의욕을 크게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도 "재벌세 도입은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역시 29일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정 전 대표는 일부 대기업의 행태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경제는 대충 굴러가는 게 아니며, 정치인이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인다"고 주장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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