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 동호회 '대등클라이머스'
"희열과 감동, 쾌감'''. 올라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수많은 스포츠 동호회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기 쉽지 않은 종목이 있다. 등반이다. 암벽이나 빙벽을 오르는 특성상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신입 회원이 많지 않고,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동료 회원들 간의 호흡이 중요해 모임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실정에도 '대등클라이머스'는 9년째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04년 8월 창단한 대등클라이머스는 끈끈한 결속력과 체계적인 교육을 앞세워 지역 최대 규모의 등반 동호회를 만들었다. 현재 등록 회원은 160여 명이며 매달 한 번 이상씩 꾸준히 등반에 나서는 회원만도 40여 명이나 된다.
대등클라이머스는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초보 회원이 들어오면 가족처럼 챙겨주는 것은 물론 개인 교습을 통해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다 보니 전 회원이 고른 등반 실력을 갖추게 돼 함께 등반하며 정을 쌓을 수 있다.
창단 주축이자 현재 총괄 등반대장으로 활동하는 전한기(48) 씨는 "등반은 단합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여서 결속력이 좋아야만 모임과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며 "등반 동호회가 8, 9년 동안 한결 같이 활발하게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걸어서 산을 타는 등산이 아니라 바위를 타는 특수성 때문에 활동하다 없어지거나 소규모로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등반 정규 교육을 받은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주도해 모임을 만든 것도 모임이 유지'발전되는 이유 중 하나다. 2004년 대구등산학교 교육생 중 뜻을 같이하는 수료자 10여 명이 모임을 만들었고, 2008년까지 수료생들만 회원으로 받으면서 흐트러짐 없이 동호회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다 모임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2009년부터 일반 회원을 받고 있다. 현재 일반 회원은 전체의 30% 정도 된다. 연령'성별도 다양해 30~60대까지 고루 분포돼 있고, 여성 회원도 30, 40%나 된다.
대등클라이머스는 등반의 대표적인 3가지인 암벽, 리지, 빙벽 등반을 모두 다 하지만, 리지를 주로 하고 있다. 리지 등반은 큰 바위를 연속으로 타고 넘으며 정상까지 올라가는 등반으로, 보통 일반 동호회에서도 암벽 등반을 많이 하지 리지 등반을 주로 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매주 대구'경북 인근은 물론 지리산, 설악산 등 소문난 리지 등반 코스를 찾아다니며 정상 정복의 즐거움을 누린다.
암벽은 자연암장이나 인공암장에서 박혀 있는 볼트에 자일을 걸고 암벽을 타는 것으로, 이들은 주로 북구 연경동의 연경대를 찾는다. 겨울이나 비가 올 땐 수성교 부근 대구클라이밍센터에서 주로 실내 훈련을 한다. 빙벽 등반은 겨울철 얼어붙은 폭포를 타고 올라가는 종목으로, 대회에도 종종 참가하는데 이달 7, 8일 열린 청송 얼음골 아이스클라이밍대회에 전한기 총괄 등반대장과 성원모(57) 교육 학감 등이 참가했다.
성원모 학감은 "봄'여름'가을엔 매주 팔공산 염불암~병풍바위, 가야산 만불상, 신불산, 부산 금정산, 전북 대둔산, 충북 신선봉, 설악산 등 대구'경북 인근이나 다른 도시의 명산을 찾아 연간 40차례 정도 리지나 암벽 등반을 한다"며 "겨울철에도 빙벽이나 인공 암장을 찾아 등반을 하고 실내 암장에서 체력 단련과 기술 습득을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거의 매주 등반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대등클라이머스의 가장 큰 특징은 해마다 설악산으로 하계훈련을 떠나는 것이다. 매년 7월 말, 8월 초쯤 설악산을 찾아 전 회원이 참가하는 하계훈련을 갖고 회원 간 유대 강화와 실력 향상을 꾀한다. 하계훈련 기간은 7~10일 정도로,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장군봉, 울산바위, 왕관봉 등 리지 코스를 바꿔가면서 훈련을 한다. 전한기 총괄 등반대장은 "하루 이틀 왔다 가더라도 현재 활동 중인 회원은 거의 모두 하계훈련에 참가한다. 매년 이렇게 베이스캠프까지 치고 10일 가까이 하계훈련을 하는 동호회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설악산 리지 코스는 국내 최대 규모여서 베이스캠프에서 매일 새벽에 출발해 돌아오는 등 매일 다른 코스를 등반한다. 설악산 리지 코스를 거의 다 가본 것도 우리 동호회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등반이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이 모임은 9년째 매주 등반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를 내지 않았다.
회원들은 또 신체 근력의 고른 강화와 다이어트에도 이만한 운동이 없다고 강조한다.
김용해 대등클라이머스 회장은 "등반은 팔과 다리 등 온몸을 다 써야 할 수 있는 스포츠라 근력을 고르게 강화한다"며 "등반은 많은 칼로리를 소모, 먹어가면서 다이어트 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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