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도 못 펴는 극심한 통증…치료 놓치면 며칠내 생명 위험
박흥식(가명'60) 씨는 며칠 동안 체한 증세가 사라지지 않았다. 소화제를 먹었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열이 심하게 나고 식은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명치 오른쪽이 아파서 식사도 못 하고 급기야 허리도 못 펼 정도로 아파왔다. 도저히 참을 길이 없어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황달 증상이 보였고, 혈액검사를 했더니 백혈구 수치가 매우 높아 세균 감염도 의심됐다. 간기능을 나타내는 간염수치가 높아져 있었다. 간에서 생성된 담즙(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운반하는 통로인 담관 폐쇄가 의심됐다.
초음파 및 CT검사에서 담낭 내에 담석이 관찰돼 '담석증' 진단이 내려졌다.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집어넣은 뒤 십이지장과 췌장 및 담관을 연결하는 유두괄약근을 절개해 기구를 집어넣어 담석을 제거했다. 박 씨는 다행히 5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하지만 자칫 염증이 온몸에 퍼지는 패혈증으로 생명이 위독할 뻔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치명적인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는 담석증
최근 종합건강검진을 하면서 초음파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담낭(쓸개'간에서 만든 담즙을 저장하는 가지 모양의 주머니로 간 아래쪽에 붙어있음)에 결석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을 다시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담관은 간에서 배설되는 담즙을 담낭에 담아두었다가 십이지장으로 운반하는 통로역할을 한다. 담관은 간에서 시작돼 십이지장(위장과 소장 사이에 있는 소화기관으로 손가락 12마디를 붙인 길이 정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제2부까지 연결되는 관이다. 담즙은 간내소관과 간내담관을 거쳐 간외담관에 이른다. 간외담관은 총간관과 담낭, 담낭관, 그리고 이들이 합쳐서 이루는 총담관으로 위치에 따라 구성된다. 담낭을 비롯한 담관에 결석이 생기는 것을 '담석증'이라고 부른다.
담석의 발생은 유전적 영향이나 생활습관, 특히 식사종류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담석은 크게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 담석은 색소성 담석이었으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콜레스테롤 담석의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스토마 같은 담도 내 기생충증도 중요한 담석의 원인이 된다.
담석은 담즙의 응결(굳음) 및 침착(가라앉음)에 의해 생긴다.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담낭결석, 간외담관결석, 간내담관결석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다발성, 즉 여러 개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협착(관이 좁아져 달라붙는 것)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재발이 흔하다. 심한 경우에는 간농양(원래 간에는 미생물이 살지 못하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간에 세균이나 기생충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켜 간조직을 파괴하고 고름을 생기게 함), 담관염 및 패혈증(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 간부전(단백질 합성이나 해독 작용을 하는 간의 기능이 심하게 떨어진 상태)을 초래하기도 한다.
◆급성담낭염으로 진행할 수도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담낭담석'은 우연히 발견되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는 평생 증상이 없는 경우가 80% 이상이기 때문에 수술을 할 필요성은 없다. 다만 추적관찰 중 담낭절제술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통증이나 소화불량, 발열 등 증상을 일으키는 담낭담석은 추후 다시 증상이 재발하며, 패혈증까지 발생하는 등 위험이 커 수술을 해야 한다. 또한 3㎝ 이상의 큰 담낭결석, 담낭용종이 같이 있는 경우, 담낭벽이 많이 두꺼워진 경우 예방적으로 담낭절제술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통증은 담석이 담낭관을 일시적으로 막아서 이로 인한 담낭 내 압력이 증가해 발생한다. 주로 명치끝이나 오른쪽 윗배의 통증으로 식사 후 악화되는 양상을 띠며 수십 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통증의 정도는 아주 심하다.
식은땀, 구역, 구토 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환자는 아파서 안절부절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막힌 담낭에 세균 감염이 일어나게 되고 발열도 생긴다. 이런 경우를 '급성담낭염'이라고 한다. 담낭 내 세균감염으로 인해 고름이 차고, 담낭 내 압력이 높아져서 담낭 천공(구멍이 뚫리는 것)이 일어나면서 복막염, 패혈증 순서로 진행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급성담낭염은 응급상황이다. 적절한 치료를 제때에 받지 못하면 며칠 만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하면서 담낭에 대한 응급 감압술을 시행하든지 응급 담낭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수술 아닌 내시경적 치료 가능
담석이 총담관을 막으면 '총담관석'이라고 한다. 통증과 함께 감염이 발생하면서 열이 나고 오한, 황달이 발생하면서 급격한 패혈증에 빠져 사망하게 된다. 담낭담석과는 달리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은 아무런 증상이 없이 우연히 발견된 경우부터 갑자기 발병해 2, 3일 만에 위독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담석이 총담관을 막으면서 췌관을 함께 막으면 담석에 의한 췌장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담석 환자의 6~8%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복부 초음파로 진단할 수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조광범 교수는 "과거에는 대부분 수술로 담석을 제거했지만 최근엔 수술 없이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및 '유두괄약근 절개술'을 이용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간 안쪽에 있는 간내담관에 결석이 생기면 '간내담석'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세균감염과 담즙 저류(아래쪽에 고이는 것)가 주 원인으로 여겨진다. 식이습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간내담석의 양상도 무증상에서 우연히 발견될 수도 있고, 오른쪽 윗배 통증, 황달, 담관염, 간농양, 패혈증까지 다양하며, 간내 담관암이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진단 및 치료를 위해 CT나 MRI, 담관조영술이 필수적이다. 담석의 완전 제거와 담즙 저류도 해결하여야 한다. 수술이나 담관확장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조광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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