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저리고 터질 듯…비수술 치료 주목
이정호(가명'54) 씨는 갈수록 심해지는 허리 통증에 걱정이 많다. 예전에는 만성 허리통증으로 여겨 치료를 소홀히 했는데 최근에는 다리가 저리고 터질 듯이 아프다. 2주 전부터는 10분 정도만 걸으면 다리에 통증이 나타나고 주저앉을 듯이 힘이 빠지는 느낌도 생겼다. 허리 디스크인지 걱정이 돼 병원에 급히 찾아갔는데 진단받은 병명은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대표적인 허리 질환이다. 허리 통증과 다리 통증이 함께 나타나 흔히 허리 디스크로 생각하기 쉽다. 두 질환 모두 허리뼈 안에 지나가는 신경을 자극하는 병이지만 원인은 다르다. 허리디스크는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해 주는 추간판이 탈출해 신경을 자극하는 데 비해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 변화로 인한 척추의 노화가 주요 원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척추뼈는 노화돼 커지고 추간판은 튀어나오며 인대는 두꺼워진다. 상대적으로 척추관의 공간은 비좁아지는데, 이 공간을 지나가는 신경이 추간판과 인대의 압박을 받아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5분 정도만 걸어도 다리에 통증과 저린 증상이 생긴다. 다리에 힘이 빠지게 되며 일부 환자들은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한다. 허리를 구부리면 잠시나마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걷는 도중에 수시로 허리를 굽힌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다. 신경이 너무 많이 눌려 다리에 마비가 와서 걷기가 불가능하거나 대소변 보기도 힘들다면 수술로 눌려 있는 신경을 풀어줘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이미 다른 병을 앓고 있어 수술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척추가 오히려 더 약해져 증상이 재발하거나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한약, 봉독 요법, 추나치료 등과 같은 한방치료를 포함한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좋으며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된다. 개인의 병증에 맞게 처방된 한약은 척추관의 신경압박으로 인한 염증에 효과적으로 작용해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줄여준다. 또한 척추에 영양을 공급해 퇴행성 관절을 보강하고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봉독 요법은 항염증효과가 뛰어난 꿀벌의 독을 정제하고 침과 병행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 염증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추나치료는 틀어진 뼈와 근육을 정상적인 위치로 교정해 통증을 완화하고, 몸의 균형을 바로잡아 척추에 가해지는 지나친 힘을 분산시킨다. 과거에는 비수술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술을 받아도 완치되는 병이 아니므로 최근에 비수술 치료가 주목받게 됐고, 치료 효과도 높다.
대구한의대부속한방병원 침구과 이현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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