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술자리, 명연기로 스크린, 개인기로 오락물 접수!
'웃길까? 무서울까? 부담스러울까? 잘난 체할까? 마음을 다 털어놓을까? 무성의하진 않을까? 호칭은 어떻게 하지?'
공중파 방송에서 손병호 게임을 소개하며 절정의 예능감을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연기파 배우 손병호가 안동 출신임을 알고 어렵게 섭외에 성공했다. 안동에서 해맑은 어린이 서점을 경영하고 있는 손병호의 외사촌 김도연 씨를 통해 설 연휴 다음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손병호를 만나기 전에 했던 이러저러한 생각은 부질없었다. 100% 무장해제를 하고 나온 그는 4시간 동안 모든 것을 털어놨다. 숨길 것도 없었고, 숨길 이유도 없었다.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 인근 자신의 단골식당인 '신안촌'을 예약해뒀고, 대구에서 올라온 기자를 정성스런 음식으로 배부르게 해줬다. 앉자마자 소맥(소주+맥주) 서너 잔을 마셨다. 그리고 무장해제. 인터뷰는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앞서 가졌던 이런저런 걱정들은 기우(杞憂)였다. 그에 대한 생각은 이렇게 정리됐다. '좋은 에너지로 자신의 주변 공간을 활기차게 만들고, 인간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진 배우', 기자가 부르는 호칭은 '형님'으로.
인터뷰이를 첫 대면에 '형님'으로 부르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소맥의 기운을 빌려 여러 차례 형님으로 불러봤다. 실제 나이 차이도 그만큼 된다. 배우 손병호를 둘러싼 무지개(빨주노초파남보)를 따라가 보자. 그는 스스로를 '아직도 무지개를 좇는 천진난만한 소년'이라고 했다.
★빨간색, 열정★
손병호는 지금 제일 행복하다. 바쁘기도 하다. 많은 작품을 하고 있다. 종편 채널인 JTBC의 '인수대비'에서 한명회 역할,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선 변호사, OCN의 '히어로'에선 시장으로 열연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활약상이 대단하다. 개봉 중인 '퍼펙트게임'에선 김응용 감독으로, 다음달 2일에 개봉하는 '파파'에선 채권자인 고 사장으로 변신했다.
일상에서도 바쁜 일과를 보내며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다음달 중앙대 한류문화 CEO 과정(6개월)을 졸업하며, 각종 등산모임, 스쿼시 등 취미생활에서도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배우가 되기 힘들다"고 했다.
★주황색, 어울림★
손병호는 주변과 잘 어울린다. 어떤 힘든 일을 하든 즐겁게 하고자 노력한다. 선후배, 동료들과도 기분 좋게 사귄다. 대한민국 톱 배우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배운 노하우나 느낀 점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데도 아낌이 없다.
그는 "이번에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양동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양동근이 내가 등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옷을 선물로 줬는데 정말 고마웠다"며 "조승우와 양동근이 최동원과 선동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선배로서 더 잘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수로는 나에게 예능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어준 예능 스승"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자신과 대비되는 조연급 배우인 박철민에 대해 "마당극을 해서 그런지 타고난 말발의 감칠맛 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노란색, 따뜻함★
손병호는 오랜 세월 연극을 통해 다져진 연기파 배우다. 그래서 항상 연극하는 후배들을 생각한다. 후배들은 두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후배들에게 조금 유명세를 탔다고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선배로서 못할 짓입니다. 제가 무명시절 유명세를 치른 일부 선배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싫어했습니다. 혹시라도 연극을 하게 될 때는 풀 타임으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 아예 거절을 합니다."
그의 이런 생각에는 후배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배어 있었다. 그가 출연하거나 연출하는 모든 작품에서도 인간적인 관계나 만드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런 인간에 대한 배려와 희생 등 기본 마인드가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작품 속에서 배우들이 돋보이는 연기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초록색, 소년 감성★
손병호는 파릇파릇한 초록색의 감성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1962년 안동 태생으로 연기를 좋아해 지금도 수십 년째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소년처럼 순진무구하고 백지장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항상 꿈을 꾸는 소년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레인보우를 좇아다니지요. 어디 늙지 않는 불로초 없습니까? 진시황을 이해합니다.(하하하)"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오묘하고 신기한 일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명을 더 낳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자에게 '자녀가 몇 명이냐'고 대뜸 물었다. '딸 하나'라고 했더니 '꼭! 한두 명은 더 낳아라. 낳을 때마다 그 신비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란색, 냉정함★
손병호는 일에 있어서는 냉정한 프로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여기면 물러섬이 없다. 경찰의 음주운전 적발 행태에 대해, '음주했는데 왜 귀가할 때 또 운전하도록 하느냐?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할 만큼 부조리한 측면이 있으면 할 말은 다 한다. 연극이나 영화 등 작품을 제작할 때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다면 '난 이런 작품 과정에 동의할 수 없으니,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물러선다. 비인간적인 행태가 극에 달할 때는 뒤집어엎을 때도 있다.(딱! 한 번 있었다)
그는 또 톱 배우들의 지나친 개런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일본에서는 그 배우의 경력에 따른 대접이 시스템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준이 없고, 시스템이 무너졌다. 인기 있고, 대형 기획사만 끼고 있으면 초고액의 개런티나 출연료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다른 스태프진, 조연급 배우, 엑스트라들의 몫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안정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남색, 죽음★
손병호는 지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2009년에 자신에 대해 무한 열정을 쏟던 아버지(손장수)가 74세의 일기로 운명을 달리했다. 3남 1녀 중 아버지와 가장 많이 닮았던 손병호로서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폐질환으로 인한 급성 호흡곤란)이 가슴속 슬픔으로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2010년에는 자신을 누구보다 잘 보살펴 주던 형님(손상욱 대경대 조경학과 교수)이 하늘나라로 갔다. 간암으로 인해 일찍 세상을 버리게 된 것. 2년 사이에 아버지와 형을 잃게 된 그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없어질 때의 허탈함은 큰 것 같습니다. 아직 미혼인 남동생(손강욱 교정직 공무원)에게 더 잘하려 노력합니다."
★보라색, 다재다능★
손병호는 무색무취하지만 다재다능하다. 성대모사의 달인에다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을 가진 배우다.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도 타고났다. 어느 자리에 가든 모든 사람이 즐겁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주연이 아닐 때는 때론 조연으로 모임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술자리 게임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술자리에서는 각종 게임으로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도록 만드는 타고난 재주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손병호 게임'이다. 손가락만 있으면 된다. 참고로 방송에 나오기 열흘 전 등산모임에서 한 여성에게 알게 된 게임이 '손병호 게임'이다. 원래 창시자인 이 여성에겐 자주 술을 산다.
그는 술도 잘 사고, 맛있는 음식점도 많이 알고 있다. 자신이 소개한 식당이기에 기자에게 "가지 하나로 이렇게 맛있게 요리하는 집은 이곳밖에 없습니다"라며 자랑도 했다. "다음에 또 사석에서 한잔합시다"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기분 좋게 헤어졌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장기훈 프리랜서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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