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성장통

입력 2012-01-26 11:04:54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브라질의 국민작가 바스콘셀로스가 1968년 발표한 소설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 소개되었으며, 국내에서도 1980년대 들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던 유명 작품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가난한 집 아이인 다섯 살 꼬마 제제가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제제를 두고 철부지, 말썽꾸러기에다 심지어는 악마라고까지 불렀다. 실직자인 아버지를 위로한답시고 거리에서 들은 야한 유행가를 부르다 죽도록 맞기도 했다.

그러나 제제는 더 가난한 흑인 친구와 빵을 나눠 먹고, 우울한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마음도 지닌 아이였다.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좌충우돌을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한 채 야단치고 학대하기 일쑤였다. 상처 입은 제제에게 유일한 대화 상대는 밍기뉴라는 이름의 라임오렌지나무였다. 그러다 뽀르뚜까란 동네 아저씨를 만나 우정을 키우고 사랑을 배우며 위로를 받게 된다.

어느 날 제제는 가족보다 더 의지했던 뽀르뚜까 아저씨가 열차 사고로 죽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큰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제제는 꽃을 피운 라임오렌지나무와 함께 어린 꼬마에서 소년으로 자란다는 내용이다.

이 성장소설은 오늘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가난한 결손가정 어린이가 늘어나고,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가정 자녀 수가 15만 명을 넘어선 이 땅의 수많은 '제제'에게 우리는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멀쩡한 가정의 평범한 아이들마저 왕따와 폭력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엄마나 아빠가 없어 그러잖아도 기죽어 사는 가난한 아이들을 차별하고,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지. 북한을 탈출한 새터민 가정 아이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소설 속 제제에게 그랬던 것처럼 상처 입기 십상인 이들에게 사랑과 배려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줄 뽀르뚜까 아저씨가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있을지. 이들이 아픈 삶을 이겨내고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린 제제의 가슴에 분노와 원한만 키우고 있는 격이다.

자칫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를 향한 증오의 화살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 수도 있다. 올 한 해 우리 사회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 성숙하기 위해 어떤 성장통을 앓아야 할지 자못 걱정스럽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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