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00여회 무료 연주회…"음악재능 사회환원 기회 소중"
"'난생처음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었다'며 굳었던 얼굴에 미소가 돌며 박수로 환호하는 모습들이 저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듭니다."
연중 150여 회 연주회 중 100여 회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음악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박향희(45'여'사진) 단장은 "저와 단원들이 음악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운을 뗐다.
대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99년 창단 후 양로원, 대구구치소, 대구고용센터, 초'중'고교 등지를 찾아가 무료 연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대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는 대구에서 '사단법인 오케스트라 1호'이자 '전문예술법인 2호'다.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바이올린과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박 단장이 조직한 '영 챔버 오케스트라'(1997년 창단)의 후신이다. 55~60명의 단원들 중 상당수는 그가 예술고와 대학교에서 가르친 제자들이며 해외 유학파와 박사 학위 소지자도 있다. 이 중 유급단원은 단 15명뿐이다.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음악은 인간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구구치소 연주회 때 처음엔 굳었던 재소자들이 연주회 중반쯤엔 너나없이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한 요양원 연주회 땐 90대의 할머니가 태어나 처음 듣는다는 곡에 정확하게 박수 장단을 맞추는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또 '친절한 공무원'에 선정된 한 사람만을 위해 연주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는 대한민국 1호 클래식 음악실인 '녹향'을 되살리려 매달 둘째 주 금요일에 녹향사랑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10년째 빠짐없이 정기연주회격인 가족음악회를 열고 있다. 가족음악회는 지역기업의 지원을 얻어 진행되며 전석 무료다.
"음악인들은 모두 축복받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자신이 지닌 재능으로 남을 즐겁게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음악을 하면서 훨씬 더 행복해지기 때문이죠."
박 단장과 일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매주 한 번씩 1대1 무료 레슨도 실시하고 있다. 처음 7명으로 시작한 '꿈나무 음악인 레슨'이 현재 40명에 이르고 있다.
"약 1시간에 걸친 연주 레퍼토리에서 클래식은 10분 정도 연주하고 나머지는 영화음악이나 대중가요를 연주합니다."
지난해엔 동천'중앙초교 등 20여 학교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서울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수 예민 씨와 함께 학생 수 20명 미만의 시골학교를 돌며 음악의 향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박 단장의 고민은 적지 않다.
"우리 오케스트라는 일절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않아요. 오직 연주의 대가만 받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인 양성에 힘쓰려는 대구 토박이 박 단장의 철학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그로서 재정 문제가 현실적인 벽이다. 오케스트라 운영비는 연중 50여 회의 유료 연주회와 박 단장과 단원들이 짬짬이 가르치는 대백청소년오케스트라 레슨비로 충당하고 있다.
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는 사실 연습실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연주 공간이 있는 병원이나 건물 등에서 연습실을 쓰는 대가로 연주를 해주는 품앗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 박 단장은 몇 가지 바람이 생겼다고 했다. 우선 '꿈나무 음악인 레슨'에 나오는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제공해 줄 스폰서가 있었으면 하는 것과 유급 단원의 월급을 계속 줄 수 있도록 지역 기업 등이 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 실력을 사 줄 기회를 되도록 많이 갖는 것이 그것이다.
"외국 유학 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열정 하나만 갖고 무턱대고 만든 오케스트라이지만 연주 실력만은 자부합니다. 이젠 사회와 그늘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됐는데 재정적인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우리 오케스트라를 많이 초청해줬으면 합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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