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동생 조카 뻘 맞대결 종친회 중재에 "양보 못해"
4월 11일 총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문경시장 보궐선거에 문경의 큰 가문인 개성 고씨 문중에서 3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이른바 '쓰리 고' 후보군이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문중에서 단일화 작업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고씨 후보들은 고오환(70) 문경시의회 의장, 약사 출신으로 3선의 고재만(57) 전 문경시의원, 고윤환(54)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다.
이들 중 고 의장과 고 전 의원은 문경 산양면과 영순면에 각각 자리 잡고 있는 집성촌 토박이이고, 고 전 부시장의 경우 선대는 이곳 집성촌에서 살았지만 예천에서 태어나 중'고교를 문경에서 다녔다. 고 의장은 고 전 부시장의 형님뻘이 되고 고 전 시의원은 이들의 조카가 된다.
현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7명의 후보 가운데 이들 '쓰리 고' 후보들이 대세론을 타면서 유력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이를 흥미롭게 관망하는 대다수 유권자들과 달리 문중은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중에서는 지금까지 국회의원과 광역 및 기초의원, 서울대 총장, 대기업 사장 등은 무수히 배출했으나 정작 지역 자치단체장만 배출하지 못해 이번이 좋은 기회라는 인식과 함께 다른 가문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하지만 형님, 동생, 조카가 맞붙는 이번 선거판을 선의의 경쟁으로 볼 수 없고, 문중후보 난립으로 사상 첫 시장 배출의 기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종친들 사이에는 "이들 후보들이 수십 년간 문경에 살며 평소 호형호제, '아제 조카'하던 사이여서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다"며 단일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개성 고씨 문경종친회(회장 고재하) 회원 20여 명은 18일 이들 3명의 후보들을 점촌동에 있는 종친회 사무실로 불러 하루빨리 단일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이날 원칙적으로는 단일화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회의가 끝난 후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고 의장과 고 전 의원은 "지역 토박이인 우리가 먼저 시장선거 출마를 했는데, 문경과 예천 양 지역 연고를 가진 고 전 부시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다 뒤늦게 시장후보로 전환한 뒤 단일화하자는 것이 과연 같은 집안으로서 합당한 처신이냐"고 문제 삼았다.
이들은 "단일화를 해도 종친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앞으로도 계속 살 우리 두 사람이 할 것이며 고 전 부시장은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쓰리 고' 후보들의 단일화는 일단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고 전 부시장은 "뿌리가 같은데 예천에서 태어났다고 예천 사람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총선을 먼저 준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현국 전 시장이 사퇴할 줄 몰랐고 지인들의 시장 출마 권유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고씨는 희소 성씨로 분류되지만 문경지역에선 600여 년을 세거(世居:한 고장에서 대대로 삶)하면서 전체 7만7천 명 인구 중 3천여 명(4%)이 집성촌을 이루며 이 지역에서 큰 가문으로 통한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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