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매체 융합시대, 영화와 방송의 차이

입력 2012-01-19 07:58:12

매체 융합의 시대. 영화와 방송은 무엇이 다른가? 과거에는 이 둘의 구분이 제작매체로 가능했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한때 영화는 '필름'으로 제작되고 방송은 초기에는 필름으로 제작되었지만, ENG 카메라의 정착 이후 '비디오'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영화와 방송은 소위 'HD'라는 단일 매체로 주로 촬영되고 있다. 또한, 케이블에서는 'TV 영화'가 종종 제작되고 있다. 이제 이 두 매체를 무엇으로 구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원래부터 영화와 방송의 차이는 제작매체의 구분이 아닌 미디어를 보는 관객이나 시청자의 환경과 관계된 것이다. 먼저 영화는 관객의 관람 환경이 '폐쇄적'이고 큰 사이즈의 화면에서 상영된다. 오죽하면 '인디안 썸머'를 연출한 노효정 감독은 관객이 영화를 관람한다는 행위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상태로 어둠의 공간에 놓이는 것이라고 정의했겠는가. 이 때문에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맥기 역시 관객이 극장 안에 들어서면 일상생활에서와 달리 오감이 스크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능지수가 30 정도 상승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곧잘 극장을 나오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영화에 격분하는 것은 이러한 환경의 대가인 것이다.

이는 TV의 '개방적' 시청 환경과 비교된다. 방송은 적게 잡아도 수십 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는 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모컨을 돌리면 그만이다. 또한, 극장의 스크린에 비해 비교적 작은 화면에서 보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기법인 '클로즈업'의 사용빈도가 영화에 비해 높다. 반대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넓은 배경에 인물을 매우 작게 보여주는 촬영기법 등이 TV 드라마에서 사용된다면 시청자는 숨은그림찾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사'의 사용빈도 역시 방송이 월등히 높은데 앞서 설명했던 시청자의 개방적 시청환경과 관련이 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연출한 배형준 감독에 따르면 가령 주부가 가족들의 저녁을 준비하면서 곁눈으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거의 대사를 하지 않는다면 불편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극장에서 관객이 모든 신경을 영상에 집중하고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이 너무 많은 것들을 입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 역시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최근 매체 융합이 강조되고 있는 흐름에도 영화와 방송은 각기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제작방식의 차이 역시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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