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대량구매 뒤 잠적‥10억원대 피해
여러 곳에서 농산물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값을 치르지 않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남 하동에서 농산물 유통업을 하는 김모(48)씨는 지난해 말 한 소매상으로부터 표고버섯과 잣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전 동구의 한 시장에서 음식재료 소매점을 운영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50대 후반의 이 남성에게 김씨는 표고버섯 5t 등 총 1억여원 상당의 농산물을 넘겨줬다.
이 남성은 초반에 소량으로 산 물건값 1천여만원은 두 번에 걸쳐 지불해 신뢰를 쌓았고, "나머지 대금은 1월 14일에 현금으로 한꺼번에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이 남자는 "얼마 전까지 가게를 운영하던 동생이 숨지는 바람에 가게를 맡게 됐으니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대전 중구 석교동에 있는 물류창고로 김씨를 불러 밥까지 대접했다.
결제일이 됐는데도 돈이 입금되지 않자 김씨는 이 남성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창고에 가 보니 굴비, 사과 등이 잔뜩 쌓여 있던 창고는 텅 빈 채였다.
인천에서 농산물을 유통하는 송모(50)씨도 이 남성에게 고사리와 고추 등 농작물을 넘겨주고 9천만원가량을 떼였다.
거래시 물건을 주고 바로 현금을 받는 송씨지만 "앞선 거래가 마무리가 안 돼 돈이 없으니 며칠만 미뤄달라"는 남성의 부탁에 14일까지 기다렸다.
이날 오전 대전의 창고로 내려갔다가 "오후 5∼6시에 돈을 받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대답을 듣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날 오후 8시, 이 남성의 전화가 꺼져 있어 대전으로 와보니 빈 창고 앞에 다른 피해자들이 모여 있었다.
현재까지 이 남성에게 피해를 봤다는 사람은 6명, 피해액만 10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설 대목에 범인이 장물을 덤핑하고 나면 피해 금액을 회수할 수 없을까 봐 겁이 나고 답답하다"며 가슴을 쳤다.
김씨는 "농산물을 대량으로 팔려면 고정 거래처와 전문 판매자가 필요하다. 한두 사람의 개인 범행이 아니라 조직적 범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도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에 이용된 창고의 계약서 상 임차인은 홍모(30)씨로 확인됐으나 주민등록증의 사진이 오래돼 범인 일당인지 확실치 않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범인들이 달아나면서 창고 주변의 CCTV와 주변에 세워진 차의 블랙박스까지 떼어 갔고, 물건값도 창고 주인에게 대신 입금하도록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며 "CCTV를 확보하고 피의자를 확정하는 등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