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희태 의장 해명, 설득력이 부족하다

입력 2012-01-18 10:55:02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가 기억이 희미하고 5개의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치렀다"며 "모르는 얘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의 해외 순방 중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의혹으로 측근이 구속되고 조사받는 상황에서 박 의장의 해명만으로는 의혹을 풀기에 부족함이 너무 많다.

박 의장의 설명처럼 그는 3년의 짧은 기간에 많은 선거를 치렀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12월 대선도 겪었다. 2008년 4월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해 야인이 됐다. 야인 신세이던 그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 당 대표가 됐고 이듬해 10월 양산시 재선거에서 당선, 지금 의장에 이르렀다. 다섯 번의 선거였지만 2008년 전당대회는 바로 자신의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되는 운명적인 선거였다. 그만큼 모든 것을 걸고 진두지휘를 했을 선거였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4년이나 됐고 다섯 번이나 선거를 치렀기에 '모르는 얘기고 기억이 희미하다'는 말은 너무 진부하다. 30개 서울 지역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 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한 사람은 구속됐다. 박 의장의 전 비서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가 준비 중이고,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은 출국 금지 조치됐다. 모두들 박 의장 측근이다. 이들이 모든 일을 저질렀다고는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낡은 구태 정치를 바꾸고 구악을 털고 가려 한다. 이를 위해 당 이름도 바꿀 생각이다. 당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 의장은 "사죄하는 마음으로 총선에 불출마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책임지겠다"고만 할 게 아니다. 당과 국민들이 의혹을 풀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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