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연극 열정 그대로…OB팀 매주 모여 연습 구슬땀
인쇄 수출업을 하는 장송식(52) 씨는 마음 한구석에 연극에 대한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다. 본업은 아니지만 연극에 대한 애정은 웬만한 연극인 못지않다. 계명대 연극동아리인 '계명극예술연구회'의 OB 팀원(8기)이면서 아마추어 극단인 '1972' 대표를 맡아 매주 두 차례 선후배들과 함께 연극 연습에 매달린다. 장 씨는 "본업 외에 취미로 연극을 하니까 바쁘기도 하고 가정에도 다소 소홀해지지만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한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계명극예술연구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이달 13, 14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선'후배 합동 연극인 '피래미들'도 성황리에 공연했다.
1972년 탄생한 계명극예술연구회는 대구에서 독보적인 대학 연극동아리다. 특히 이 동아리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OB팀의 결속력이다. 예전아트센터 김태석 이사장의 주도로 1987년 결성된 OB팀은 연극을 업으로 하든, 하지 않든 회원들이 꾸준한 만남과 공연을 통해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다. OB팀 중에는 김 이사장을 비롯해 극단 뉴컴퍼니 이상원 대표, 극단 처용 성석배 대표 등 대구 연극계를 이끄는 인물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더욱이 OB팀은 극단 '1972'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계명극예술연구회는 5년마다 선'후배 합동공연을 하고 있는데 선'후배들의 결속력과 욕구가 강한 데 비해 공연 기회가 적다는 의견이 많아 자체 극단을 만든 것이다. 극단 '1972' 회원들은 매주 두 차례 모여 연습을 하고 매년 1차례 정기공연을 펼치고 있다.
OB 팀원들은 과거 동아리 문화를 회상하면서 연극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극단 '1972' 장송식 대표는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때 졸업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1년에 4회 공연을 했는데 한 번 공연할 때마다 2, 3개월 동안 매일 4시간 이상 맹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해 졸업이 늦어진 것. 이는 당시 연극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 성석배(47'13기) 대표는 "지금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연극에만 몰두하기 어려워 점차 동아리에 참여하는 학생 수도 줄고 연습도 부족하지만 옛날에는 끈끈한 선'후배 간의 정과 위계질서가 있어 동아리 생활이 주가 되었다"고 했다. OB팀 차상웅(45'15기) 회장은 "당시 대학 문화와 군사 문화가 접목돼 동아리 내 기수 개념이 확실했고 연극의 기본 또한 선배들로부터 배웠기 때문에 선배가 곧 하늘이었다"고 말했다.
OB 팀원들은 동아리를 통한 '우리' 의식과 연극에 대한 애정이 졸업한 후 수십 년이 흘러도 계속 뭉치는 요인이라고 했다. 파워엔터테인먼트 이철우(45'15기) 대표는 "다른 모임은 잘 나가지 않지만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선배들로부터 받은 끈끈한 정 때문에 이 모임에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며 "동아리 경험이 결국 제 삶의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공연을 통해 과거에 열정을 쏟았던 연극에 대해 되새기고 회귀할 수 있어 좋다. 이런 모임을 통해 인간적 유대관계도 돈독해진다"며 "공연 때 가족들이 다 보러오는데 평소 아버지의 이미지가 아니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꾸려가는 인물로 비친다는 것도 지인들로부터도 칭찬이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했다.
계명극예술연구회를 30년 동안 지도했던 원명수 명예교수(66'계명대 한국어문학과)는 "우리 동아리는 회원들끼리 서로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대학을 마치고 모이기도 어려운데 십시일반 돈을 모아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늘 자랑스럽다"고 평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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