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먹고 튄 짝퉁 소셜커머스

입력 2012-01-17 10:40:17

직장인 김모(35'대구 달서구 두류동) 씨는 한 달 전 '도깨비 쿠폰'이라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백화점 상품권을 12% 할인판매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설에 친척들에게 선물을 돌리기 위해 60만원어치를 주문했다. 상품권을 배송받은 김 씨는 상품권 할인율에 구미가 당겨 90만원어치를 또 주문했다. 하지만 이후 배송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김 씨는"연말연시에 수요가 몰려 상품권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업체 측 설명을 믿고 한 달을 기다렸지만 최근 업체 사장이 대금 100억원가량을 챙겨 달아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땅을 쳤다.

대구에서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박모(48) 씨도 거래처에 선물로 주기 위해 이 업체로부터 각종 상품권을 주문했다. 1천만원어치를 구입해 25% 할인을 받으면 250만원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도 사기를 당했다. 박 씨는 "해당 소셜커머스 업체가 모 경제신문의 브랜드 대상에 선정됐고 기사로도 소개돼 믿고 주문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깨비 쿠폰이 상품권을 할인판매한다고 광고하면서 전국적으로 1천여 명의 구매자를 모집한 뒤 100억원가량의 대금을 챙겨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경북에도 수십 명이 수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기 업체는 인터넷을 통해 SK, GS, 신세계, 롯데 등의 대형 유통업체 상품권을 세트로 묶어 12~25%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며 고객을 끌어 모았다. 30만원어치 상품권(5만원권 6장)을 세트로 묶어 12% 할인된 가격인 26만4천원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30만원, 60만원, 90만원, 120만원 세트 상품권을 차등 할인해 판매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처음엔 상품권을 정상 배송하고 고객들을 믿게 만든 뒤, 추가 주문부터는 돈만 받고 상품권을 보내주지 않는 수법을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업체가 종이 상품권 판매 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악용해 계좌이체로만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인터넷에 '도깨비쿠폰 피해자 모임'(http://cafe.naver.com/dobipon.cafe)이라는 카페를 개설해 경찰에 피해 신고 접수를 하고 있다. 이 모임 대표는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1천여 명,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사를 맡은 부산 중부경찰서는 업체 사장 박모(32) 씨 검거에 나서는 한편 박 씨의 거래 통장에 대해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상품권을 판매하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백화점 상품권은 아무리 싸게 구입해도 5~6% 정도가 최대 할인율이고 25% 할인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소셜커머스 이용 시 제품 할인율이 터무니없이 높을 경우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돼 있는지, 혹시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고발돼 있는지 확인하고 현금 결제 시 반드시 에스크로(제3자 중계 매매 보호)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소셜커머스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하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이다.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일 경우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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