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평론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하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한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1980년대 말 고무로 나오키의 '한국의 붕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로 폄훼했다. 가마우지라는 새는 잠수해 갈고리처럼 긴 부리로 물고기를 잡는데 낚시꾼이 미리 목에 매어놓은 끈 때문에 삼키지 못한다. 가마우지는 애만 썼을 뿐 잡은 물고기는 낚시꾼이 가져가는 것에 빗댄 것이다. 당시 한국은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에 힘입은 대미 수출 호조로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지만 수출업종의 핵심 설비와 부품을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수출이 늘어봐야 일본만 좋아질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대일(對日) 무역 적자가 2001년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지만 여전히 227억 달러나 됐다. 대일 수입 의존도도 1.7% 포인트 줄었다지만 여전히 23.5%에 달한다. 더구나 이 미미한 호조세도 동일본 대지진이란 돌발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좋아할 일도 못 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힘이 빠진 것 같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실제로 세계시장에서 소니 등 일본 회사의 열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 이런 삼성의 잘나가는 모습에 국민은 전혀 감동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약진이 국민의 삶을 촉촉이 적셔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리클 다운'(trickle down)이 아니라 오히려 '트리클 업'(trickle up)이 작금의 현실이다.
경제평론가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지난해 5월 국내에 출간된 저서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을 통해 한국경제의 약점을 얄밉도록 정확하게 짚었다. "한국의 대기업은 자신의 이익 이외에 다른 사람, 즉 일반 국민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어떤 비용에도 인색하다. 자신이 받는 우대는 당연한 것이고 다른 경제주체를 위한 어떠한 투자에도 철저한 경제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마침 지난주에는 국내 가전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담합으로 소비자의 등골을 빼온 사실이 적발됐다. 이 회장은 일본에 대해선 힘이 빠졌다고 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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