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유세만 하라, 나머진 우리가 다 맡는다!

입력 2012-01-14 08:00:00

선거의 계절, 무대 뒤의 총감독 '컨설턴트'

4월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들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출마지역 분석에서부터 전략수립, 홍보, 보도 등 선거운동, 당선까지 책임지는 선거 컨설팅 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선거 전 과정을 지원하며 선거판의 보이지 않는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있어 선거 컨설팅 업체들이 '대목'을 맞고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의 '용병'

선거 컨설팅 업체들은 '총성 없고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선거전'에서 첨병'용병으로 출전한다. 과거 '선거 브로커'로 불렸지만 지금은 엄연히 사전에 '선거 컨설턴트'로 호칭이 바뀌고 신문과 방송 보도에도 노출이 될 만큼 신분과 지위가 격상됐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의 선거 전 과정을 책임지며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쟁후보의 전략 예측을 포함해 ▷전략의 기본 방향 설정 ▷정책 전략 수립 ▷이미지 전략 수립은 물론 선거공약과 선거 슬로건 등 메시지를 개발하고 종합적인 미디어 전략도 수립해 준다. 홍보물 제작에서부터 선거운동 이벤트, 전화홍보, 여론조사 등을 주로 해주는 기존의 선거기획사와 달리 한 차원 높은 서비스로 후보자들의 선거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혹독한' 인터뷰를 실시한다. 방송토론회 등 실전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후보자의 생각을 알리는 책 출간, 출마지역, 유권자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공약과 이미지, 슬로건을 갖춘 '준비된 후보'로 만든 것도 이들의 몫이다. 게다가 당선뿐만 아니라 당선 이후 정치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구 관리 및 정치자문을 하는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평소 대구경북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업체 5개 정도가 공식적으로 활동했지만 이맘때면 20여 개로 늘어난다. 출판'인쇄업체들도 선거철에는 '선거 홍보' 간판으로 바꿔달고 있다.

한 선거 컨설팅업체 대표 ㅈ씨는 "혈연'지연'학연을 강조하는 식의 선거 방식은 이제 약발이 다했다. 오히려 후보자의 이미지와 '어떻게 제대로 된 공약을 만들어 이슈화시키느냐'가 당락을 좌우하는 추세다"며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출마지역의 행정기관 예산, 지역경제, 인구동향 등 모든 것을 분석해 공약을 만든다"고 했다.

◆입맛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명함, 홍보인쇄물, 플래카드 제작은 물론 유세 차량까지 홍보에 관한 전 분야 지원은 기본이다. 후보 지지율 분석 등 여론조사도 대부분 기획사의 몫이다. 또 선거기간 돌발 변수에 대비해 '적재적소'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컨설팅 방식은 다양하다. 홍보 관련 업체들이 플래카드나 명함, 팸플릿 등 제작업무를 맡는 정도는 과거에도 있어 왔던 형태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간 것이 여론조사와 병행한 형태의 컨설팅이다. 이 경우 여론조사업체들이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선거 전략까지 제시한다. 유세 테크닉이나 후보자 이미지 컨설팅도 포함된다. 말하는 자세나 복장 코디 등도 중요한 선거 전략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후보의 선거 전 과정을 통째로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턴키' 방식이다. 정치에 갓 입문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최근 사회현상을 따라잡기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컨설팅도 필수 항목으로 추가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만큼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제공되는 서비스와 업체마다 각각 다르고, 선거구나 후보자의 조건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지속적인 여론조사를 포함할 경우 비용이 크게 상승하기도 한다.

알려진 '1군'업체의 경우 선거 전체를 책임지면 평균 2억원 정도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중소업체의 경우 6천만~7천만원대다. 인구 20만 명 안팎, 유권자 수 15만 명 내외의 경우가 기준이다. 부분적인 컨설팅을 받을 경우 수백만원대에서 수천만원대다. 흥정하기 나름인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의 선거 컨설팅을 대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적정 마진을 보장하고 여론조사, 메시지 개발, 유권자 분석 기법 등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2억원이 넘게 든다"며 "고급 인력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결코 바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후보자들도 전후 사정과 비용 정도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면 비싸다고 하면서도 신뢰도는 높은 것 같다는 것이 이 업체의 설명이다. 이 경우 선거비용과 선거 외 비용으로 자금 사용처를 명확하게 구분해 법정선거비용의 한도를 넘지는 않는다.

◆선거 컨설팅 업체 '우후죽순'

이번 총선에서 선거 컨설팅 업계에서는 대구경북의 시장 규모가 많게는 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 당선자 정원은 27명이지만 대부분의 정당에서 후보를 내거나 무소속까지 가세하면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은 예비후보 단계에서는 2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파이'가 커지다 보니 유력 후보와 계약을 맺기 위한 정치컨설팅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광고기획사에서부터 신생업체들까지 선거 컨설팅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생업체들은 후보 득표율이 법정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15%를 넘지 못하면 비용을 받을 수 없는데도 계약부터 따내기 위해 '후불'을 조건으로 뛰어들고 있다.

물론 당락을 떠나 '부도'를 내는 악덕 후보자들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그래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건축공사를 할 때처럼 기성에 따라 대금을 받는 조건의 계약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서울지역 업체들도 지역 선거시장에 대거 진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세한 지역 중소정치컨설팅사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컨설팅 시장은 커지고 과학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질적인 측면에서는 시장규모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상당수가 선거철에만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떴다방' 수준도 부지기수다. 대구에서만 지난해와 올 초 새로 생긴 업체가 10여 개에 달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컨설턴트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컨설팅을 해오던 업체는 5곳 정도에 불과하지만 최근에는 20개 안팎으로 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론조사기관이나 기존 광고 기획사들도 대거 선거 컨설팅업에 뛰어들고 있어 선거 컨설팅 업체와 여론조사기관, 홍보기획사 등이 벌이는 경쟁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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